독일인들이 사랑한 독일문학 작가 이미륵의 대표작, 문고본 출간
『압록강은 흐른다』는 1946년 출간 직후 유럽 신문에 100여 편에 달하는 서평이 실렸고,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 초판은 매진되었고, 독일 문단은 ‘이미륵’으로 술렁였다. 10여 가지 언어로 번역되고, 독일 김나지움 국어 교과서에 부분적으로 실리기도 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피퍼출판사에서 처음 펴낸 책으로, 피퍼출판사 사장은 자신이 출간한 책들 중 가장 훌륭한 책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이미륵은 경성의학전문학교 3학년 재학 중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중국을 거쳐 독일에 망명했던 독립운동가이자 독일문학 작가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국적으로 독일에 살면서, 독일문학사의 한 면을 장식하였다.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였기에 독일문학에 속하지만, 작품 속에는 이국의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한국의 혼이 살아 있다. ‘독일 최초의 한국 문화 대사’라는 별칭을 얻은 그는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 전후 피폐해진 독일인들의 마음을 간결하고 아름답고 포근한 문장으로 위로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정수로 손꼽히는 자전소설이다.
2008년 한독 수교 125주년을 맞아 한국 서울방송사와 독일 바이에른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로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압록강은 흐른다』는 2010년,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작고 가벼운 장정을 입고 ‘네버엔딩스토리’ 문고본으로 출간되었다.
주요 내용
다섯 살 미륵은 사촌 형 수암과 함께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함께 한학도 공부하고, 서예를 배우며 바지에 온통 먹물을 들이기도 하고, 몰래 꿀을 훔쳐 먹거나 연을 만들다 들켜 호되게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달이 밝은 밤, 마당 한쪽에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얻어 마신 술 한 잔에 취해 어머니 앞에서 귀여운 주정을 부리기도 한다. 고을 근처의 절이나 관청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은 미륵의 유년 시절을 더욱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그러면서 미륵은 조금씩 자라 신식 학교에 다니며 서양에서 건너온 학문의 세계에 빠지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의 소년 시절에는 쉼표가 찍힌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시 공부에 매진하여 의학 전문학교에 진학한 미륵은,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중국으로, 다시 독일로 망명한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짙은 향수에 시달리던 미륵은 고향에서 온 첫 소식으로 어머니의 부고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