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 『아, 호동 왕자』 출간!
『마지막 왕자』,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뢰제의 나라』, 『화랑 바도루』 등 우리 신화와 역사와 고전을 제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창작하며 한 분야를 파고드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 준 강숙인의 『아, 호동 왕자』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역사소설로 다시 출간되었다. 특히 청소년을 위해 쓴 국내 작가들의 소설이 드문 형편에서 출간된 작품이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강숙인 역사소설 『아, 호동 왕자』에는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가 오롯이 펼져져 있다. 비극적이고도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인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역사 속 인물들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역사책 외에도 옛이야기나 연극, 소설 등으로 계속 만나 왔다.
작가 강숙인은 『삼국사기』 대무신왕 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호동 왕자에 대한 짤막한 기록을 읽으며 ‘호동과 낙랑이 진정으로 사랑했을까?’라는 최초의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는 뼈대만 있는 이야기에 살을 붙여 『아, 호동 왕자』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던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이야기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뒤집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진부한 이야기가 아닌 전혀 새로운 이야기에서 우리는 전복(顚覆)의 즐거움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명고를 찢으라고 시킨 호동 왕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낙랑 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명고를 찢었을까? 자명고를 찢고 자신의 조국을 배반한 것은 과연 진정한 사랑 때문일까? 역사책이나 기왕의 다른 소설, 연극 등에 등장한 바 없는 전혀 새로운 인물인 호위 무사 마루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조차 할 수 없었으니, 그의 마음결이 과연 어떠했을까? 이렇듯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호위 무사 마루의 이야기는 탄탄한 서사 구조와 강렬한 문체, 그리고 시적인 여운이 한데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책읽기의 재미를 한층 더해 주고 있다.
주요 내용
호동 왕자의 꿈은 태자로 책봉되는 것이다. 아버지 대무신왕의 뒤를 이어, 고구려의 네 번째 임금이 되어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크고 강한 고구려를 우뚝 세워 놓겠다는 엄청난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호동은 대무신왕의 맏아들이었지만 부여 왕족 출신인 둘째 왕비의 소생이었다. 더구나 지난 해 첫째 왕비는 아들 ‘우(憂)’를 낳았다.
호동 왕자는 사냥 대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하늘이 보낸 징표인 흰 사슴을 잡았다. 그렇지만 대무신왕은 호동을 태자로 책봉하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첫째 왕비는 우를 태자로 책봉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동을 모함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무신왕은 호동을 불러 낙랑국에 있다는 신기한 북, 적이 쳐들어오면 스스로 울린다는 자명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고구려의 태자로 책봉될 만한 큰 그릇임을 보여 줄 기회라고 생각한 호동은 호위 무사인 마루와 함께 낙랑으로 떠난다.
낙랑으로 가던 도중 호동은 옥저의 숲에서 낙랑 공주 예희를 만나게 된다. 겉모습이나 신분과 상관없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꿈꾸어 오던 낙랑 공주는, 그 사람이 호동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호동은 그런 낙랑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고구려로부터 낙랑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낙랑 왕의 욕심과 맞물려 둘은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호동은 태자가 되려는 욕심을 이루기 위해 낙랑 공주를 배신하고 만다. 호동의 사랑이 거짓임을 알게 된 낙랑 공주는 호동에게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려고 마지막 오기와 자존심으로 자명고를 찢는다.
한편, 호동의 친구이자 호위 무사인 마루는 낙랑 공주가 꿈꾸어 온 진실한 사랑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호동이 사랑을 빌미로 흥정하는 것을 보고, 호동에게 참된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 준 뒤 호동 곁을 떠난다. 그제야 호동은 자신이 욕심과 야심에 물들어 진실한 사랑을 잃었음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요즘 극장가에는 죽을 병에 걸린 여인을 사랑하는 촌스런 남자의 이야기,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영화가 화제라고 한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어떻다느니,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그럼 왜 지금에 와서 케케묵은 지고지순한 멜로 영화가 인기일까? 그것은 아마 그 영화 속에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있어서일 것이다. 언제나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영원한 동경(憧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구려를 이 땅에 우뚝 세우려는 위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호동 왕자, 낙랑 공주는 그런 호동이 오랜 세월 기다려온 진정한 사랑이라 믿는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렇지만 호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보다 욕심을 선택하고, 그런 호동을 일깨워주기 위해 낙랑은 가족도, 조국도 버리고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봐야만 했던 호위 무사 마루, 그는 신분이라는 벽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한 사랑의 의미가 퇴색되고 무의미해지는 이 시대에 진정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던 호동, 낙랑, 마루. 그들이 비록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했을지라도 그 사랑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현대인들이 사라져가는 진정한 사랑을 동경하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