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백은영, 청소년 SF의 문을 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50년대에 SF(Science Fiction, 과학소설) 붐이 일었으며, SF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제정하여 문학적 가치가 높은 SF 작품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SF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SF 공모전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들도 상당히 많다. 『환영의 도시』, 『바람의 열두 방향』, 『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은하전기』 등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한 작품들은 전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며 SF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F 소설들이 국내에 번역되어 읽히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런데 여기, 이름난 작가도 뚜렷한 문학성도 두꺼운 독자층도 없는 우리나라 SF계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본격 청소년 SF 『타임 가디언』을 당당히 들고 나타난 작가가 있다.
바로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가인 백은영 작가. 그는 장편 역사판타지 『주몽의 알을 찾아라』(푸른책들, 2007)로 2006년 제4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장편 판타지동화 『고양이 제국사』(푸른책들, 2009)와 『집이 도망쳤다!』(푸른책들, 2010)를 펴내면서 참신한 소재와 예측불허의 상상력, 속도감 있는 전개로 작가 특유의 역량과 개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생한 판타지 공간을 펼치며 상상력의 지평을 확장시켜 온 그가 3년여에 걸쳐 치밀하게 구상한 이번 작품은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구성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을 맛보게 해 줄 것이다. 더불어 개인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문제들을 더욱 적실하게 조명한 백은영 작가의 통찰력과 사유는 SF라는 장르적 특성이 주는 묘미와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줄 것이다.
‘타임 홀’의 비밀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 통로
2060년 6월, 타임 가디언 고등학교의 졸업시험을 치르게 된 아라는 타임 슬립을 주관하는 마더콤의 잘못된 좌표 인식으로 2030년 한국에 좌초되고 만다. 이야기는 바뀐 그 시간과 공간,즉 아라가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의 과거에서부터 시작된다.
2026년 어느 날, 최명호(아라의 아버지)의 동생 최소영은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돌연변이로 인한 염색체 이상이 생겨 남녀성징이 동시에 발현되는 병을 앓게 된다. 그 시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최소영의 강력한 사념은 타임 홀을 만들게 되고, 최소영은 타임 홀을 통해 2055년으로 시간 이동을 하게 된다. 5년 후, 다시 그 타임 홀을 통해 원래 시대인 2030년으로 돌아온 최소영은 최명호 앞에 진서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지만 최명호는 진서를 괴물로 취급한다. 그날 이후 최명호는 밤마다 되풀이되는 악몽에 점점 악인이 되어 가고, 훗날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라는 그런 아버지 미워하게 된다.
아버지의 과거 속으로 뛰어든 아라는 이 모든 사건이 타임 홀을 손에 넣기 위해, 그리고 GMO 돌연변이를 은폐하기 위해 GMO 기업 샤인스타사가 꾸민 음모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2030년 6월, 과거를 조작해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샤인스타사와 진실을 낱낱이 밝히려는 아라의 목숨을 건 사투는 예측할 수 없는 끝을 향해 치닫는다.
그동안 아라는 천사와 악마라는 두 얼굴을 지닌 아버지의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버지 과거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왜 아버지가 악마로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마주 보게 된다.
이처럼 작품 곳곳에는 백은영 작가의 집요한 문제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깊은 반성적 사유와 비판적 통찰력으로 무장한 이 SF 소설을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은 아라가 천사와 악마라는 두 얼굴을 지닌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마주 보고 이해한 것처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지옥이라 치부해 온 타인의 소우주 속으로 성큼 발을 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요 내용
2060년 6월. 타임 가디언 고등학교 3학년인 아라는 현성이, 가람이, 온주 등과 한조가 되어 졸업시험을 치르기 위해 19세기 말 미국으로 타임 슬립을 하던 중 2030년 한국에 좌초되고 만다. 아라는 그곳에서 2060년에 수면 캡슐에 잠들어 있던 진서 프랭클린과 현재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아라는 기이하고도 끔찍한 사건들을 겪게 되고, 그 사건들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아라네 조에 프랭크 프랭클린 유엔 사무총장 부인이 잃어버린 메리라는 개를 찾으라는 임무가 주어지는데, 아라네는 메리를 찾는 과정에서 아라의 아버지와 2026년에 실종되었던 아라 고모와의 관계, 그리고 아라의 아버지와 진서 프랭클린, 아라와 진서 프랭클린의 관계를 모두 알게 된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던 2060년의 타임 가디언사에서는 아라네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자, 처리반을 파견해 아라네를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아라와 친구들은 타임 가디언사에 끝까지 맞서고, 조작된 과거 대신 원래의 과거로 돌려놓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