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다비드 칼리 글, 벵자맹 쇼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무엇인가를 단언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언이지요. 특히 '절대로'라는 말은!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로 2006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다비드 칼리 작가와
[알몸으로 학교 간 날]등으로 인상적인 그림을 그린 벵자맹 쇼가 만난 그림책이라 작가 이름만 보아도 기대가 되었지만
제목과 표지 그림이 심상치 않습니다. 뭔가 반전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어른들은 항상 조언을 합니다. 아이들에게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이것보다 안했으면하고...
아이도 그 이야기들이 틀린것이 아닌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되는걸요!
그 조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어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말에 부합하게 살아가고 있는걸까요?
아이들은 묻습니다.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지만 두 눈으로는 확실한 증거를 담고 있지요. 어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말이죠.
어른들은 '절대로' 못된 짓을 하지 않아.
어른들은 절대로 이기적이지 않아.
어른들은 절대로 서툴지 않아.
... 그림책에 나온 글을 읽는 어른의 마음은 참...어떻게 표현이 안되네요.
그려진 그림과 상반되는 말들을 보면서, 허공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도는 말로 들린다고 할까요?
그림 곳곳에 '절대로'그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어른들의 '그런'모습을
지켜보고 사진과 메모로 기록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어쩌면 우리는 말로는 옳게 말하면서
옳게 행동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아이들앞에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보고 있는데 말이죠.
말과 행동이 모순되는 모습에 의아해하면서요.
이 책의 화자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너는 반드시 그들처럼 되어야만 해.
알았지?"
이 말이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모순덩어리 어른이 되라니.
탐정스런 옷차림을 한 아이들은 아무 말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 뒤에 보이는 '증거'가 우리들을 부끄럽게 할 뿐입니다.
(이 증거 사진들과 지도는 뒷 면지에서 더 자세히 보여주네요!)
아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어른들의 모습들을 사진처럼 보여주는 그림속에서
어른 스스로 반성하게되는,
그리고 어느 누구도 누구를 정죄하며 '나는 모든 면에서 옳고 너는 그렇지 못하니 너는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이 어른과 아이 사이의 관계에서라도 그러함을 보여주는 그림책.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고 마음 속 통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어른과 아이 너나할 것 없이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어른으로서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였습니다.
▶잔소리가 책이 될 수 있을까? 오직 잔소리들만을 모아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 중 대부분은 잔소리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자꾸 반복되는 그 말들이 아이들에겐 잔소리로 들린다. 심지어는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실은 잔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그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때로 동화가 되고, 그중 일부 동화는 수십만 부가 팔리며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다. 미하엘 엔데의 『마법의 설탕 두 조각』(한길사, 2001)이나 안네마리 노르덴의 『잔소리 없는 날』(보물창고, 2004)이 바로 그 대표작들이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의 주인공 렝켄은 잔소리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요정을 찾아가 엄마 아빠가 조그맣게 줄어드는 마법을 작동시키는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고, 『잔소리 없는 날』의 주인공 푸셀은 부모와 합의 하에 잔소리의 간섭 없이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소중한 단 하루를 얻어 낸다. 그처럼 아이들에겐 단 하루,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부모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이 해방되고 싶은 절실함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잔소리 자체가 책이 되었다. 그것도 오직 잔소리들만 모아서! 다비드 칼리와 뱅자멩 쇼가 함께 만든 그림책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보물창고, 2020)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를 한 다발 엮어서 어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주며 아이들이 통쾌한 역공을 펴는 책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경솔함과 게으름과 예의 없음을 쉴 새 없이 꾸짖던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아이들은 그 모든 잘못들을 실은 어른들 자신이 저지르고 있음을 발각해 내는 명탐정이자 신랄한 고발자가 된다. 그림책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독자들은 통쾌한 웃음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보며 깔깔깔 웃다 보면, 우리는 모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바보’가 된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표지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이 그림책에 유머가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재미있고, 단순하고, 얼빠지게 하는 읽을거리”라고 평한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의 리뷰처럼 이 그림책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는 동안 우리는 모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바보’가 되고 만다.
거짓말쟁이, 심술쟁이, 욕쟁이, 울보, 게으름뱅이, 훼방꾼, 얌체 그리고 주책바가지에 때로는 속임수를 서슴없이 쓰는 사기꾼 같은 모습으로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어른들은 그야말로 눈물 나게 우습다. 하지만, 페이지마다 딱 한 줄의 짤막한 문장으로 된 글은 그림과는 정반대의 말을 한다.
어른들은 절대로 못된 짓을 하지 않아.//절대로 이기적이지 않아.//어른들은 절대로 고함지르지 않아.//절대로 울지도 않아.//(중략)//아무렴, 절대로 지각하는 법도 없지.//어른들은 절대로 음식물을 입에 문 채 말하지 않아. -본문 중에서
그동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쏟아 놓은 잔소리 앞에 ‘착한 아이는’ 대신에 ‘어른들은 절대로’를 달아서 되돌려 주는 이 말들은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실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나 이미 다 자란(혹은 자랐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나 다 마찬가지 아닌가. 거침없이 폭로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는 동안 독자들은 스스로 한없이 솔직해지고 투명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작가 다비드 칼리의 아주 간결한 역설과 화가 벵자멩 쇼의 적절히 과장된 유머가 절묘하게 결합하여 이루어 낸 성과이다.
모든 페이지 안에 탐정처럼 숨어서 어른들을 지켜보거나 때로는 북 치고 장구 치며 대놓고 구경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아주 볼 만한 그림이다. 앞쪽 면지의 ‘명화 패러디’와 뒤쪽 면지의 ‘못된 행실 지도’까지 그야말로 볼거리가 그득하고도 넘치는 ‘그림책다운 그림책’이다.
▶주요 내용
어른들은 절대로 이기적이지 않다. 하지만 가게에서 하나 남은 부츠를 서로 갖기 위해 싸운다. 테니스 경기가 끝났을 때, 어른들은 상대를 약 올리지 않지만 보란듯이 놀려 대는 승자가 있고, 어른들은 울화통을 터뜨리지 않지만 라켓을 밟으며 화를 내는 패자가 있다. 어른들은 절대로 나쁜 말을 하지 않지만 고장난 차 앞에서 욕을 늘어놓고, 절대로 서툴지 않지만 갖가지 기상천외한 실수들을 한다. 어른들은 절대로 틀리지 않고, 까먹지 않으며, 절대로 어지르지도 않는다. 할 일을 미루거나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어른들은 정말로, 절대로 안 그럴까? 어른들이 어른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순간, 명탐정 친구들이 곳곳에서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