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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과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시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의 시인 한상순 인터뷰 2020-10-15 17:11:06

한상순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가 10월에 곧 출간됩니다! 한상순 시인은 지난 40년간 간호사로 치열하게 일해 오면서 22년간 동시 쓰기를 병행하여 여러 권의 좋은 동시집을 펴냈으며, 그중 동시 「좀좀좀좀」, 「기계를 더 믿어요」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아이들에게 널리 애송되는 성취를 이루었지요. 이번에, 오랜 세월 동안 헌신해 온 의료계에서의 은퇴를 앞두고 펴내는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는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시적 성취와 더불어 한 직업인으로서 체험한 생생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를 펴내며 한상순 시인과 나눈 인터뷰 전문을 이곳에 공개합니다. 한상순 시인의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모두 만나보세요!

●인 터 뷰

희망과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시

몇 년 전 어느 문학상 심사를 의뢰 받아 짧은 기간에 많은 동시집을 집중적으로 읽은 적이 있다. 이미 읽은 작품을 다시 보기도 하고 더러는 처음 접하는 작품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다채로운 세계를 맛보는 즐거움이 컸다. 하지만 결국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마는 것이 문학상 심사의 속성이다. 한 작품만 뽑아야 하니 샅샅이 뜯어보고 서로 견주는 과정은 그다지 즐거울 수가 없다. 심사위원들끼리 이런저런 근거를 대 가며 논의를 거듭하다 보니 마지막엔 두 작품이 남았다. 그때 심사위원 한 분이 문득 “이 시인은 작품과 사람이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당황하고 또 긴장했다. 논리적인 토론의 과정에도 여담이 끼어들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냉철한 문학적 잣대만이 필요한 자리가 아닌가. 하지만 논의의 진지함은 계속 유지되었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지점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결과는 흡족했고 왠지 모르게 홀가분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우선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뽑았고 게다가 수상의 영예가 인성이 훌륭한 시인에게 돌아갔으니 왜 기쁘지 않겠는가.

한상순 시인은 가만가만하고 따듯하고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인성으로 문단 안팎에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애당초 타고난 천성이기도 하겠지만 삶을 살아오면서 긴 세월 동안 갈고 닦은 마음과 태도일 것인데 아마도 간호사라는 직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40년간 일해 온 의료계에서의 은퇴를 앞두고 펴내는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 (푸른책들, 2020)는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시적 성취와 더불어 한 직업인으로서 체험한 생생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욱이 한 권에 실린 57편의 시 모두가 병원을 제재로 한 작품이어서 시인 개인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그 의미가 특별하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생로병사의 모든 일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일어나며 때로는 개개인의 절박한 사연들이 극적으로 도드라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아직 ‘눈 뜰 힘도/으앙!/울 힘도 없는’ 아기가 ‘뭐가 급한지 두 달이나 먼저 세상에 오’기도 하고, ‘지푸락이라도 잡어 바/꼬옥!’이라고 친구 ‘할머니가 보내온/핸드폰 마지막 문자./채 읽지도 못하고/그만/먼 길’을 속절없이 떠나기도 한다.

먼저 ‘병원’ 하면 어둡고 차갑고 아프고 무서운 이미지로 떠올라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집니다. 어렸을 적 제 경험에도 “병원 가자.”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랐지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인다고나 할까요? 이렇듯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다 병원을 담는 일은 어쩌면 다소 부담스러운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동시집이 병원을 제재로 한 동시이지만 단순한 기획이 아닌, 어떻게 하면 병원이라는 공간을 자연스럽고 친숙한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하면서 쓴 동시랍니다.

누구에게나 병원은 대개 낯설고 두려운 곳이지만 때로는 친숙하고 편안한 곳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현실의 삶에서 끊임없이 부대끼던 사람들이 지치고 병들어 쓰러진 다음에야 병원에 실려 와 온갖 근심과 걱정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비로소 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입원한 친구를 잠깐 문병 온 아이조차 ‘60점 맞은 수학 시험지’와 ‘붉으락푸르락/엄마 얼굴’을 떠올리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휠체어에 앉은 승우 대신/침대에 벌렁 누워 버’리면 금세 ‘딱딱한 침대가 포근하게 느껴’지고 ‘병실 하얀 벽도 낯설지가 않’게 되는 것이리라.

한상순 시인은 병원을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고 친숙한 공간으로 변모시키려는 의도를 실현하고자 시적 장치를 요모조모 궁리한다. 초음파·인큐베이터·청진기·주사기·엑스레이·엠알아이 등 병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의료기기들이 총출동하여 독자들과 차례차례 스킨십을 시도하고 서로 따듯한 체온을 나누려 애쓴다. 인큐베이터는 ‘아기가 처음 가진 집 한 채’가 되고, 청진기는 몸의 ‘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잘 담아/의사 선생님 귀까지 배달하는/목소리 큰 택배 기사’가 되는가 하면, 엠알아이는 우주 공간으로 설정된 우리 몸의 ‘머리에서 발끝까지/탐사’하는 멋진 우주선이 된다.

요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바와 같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손길, 즉 의료인들의 정성과 헌신일 것이다.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에는 직간접적으로 모든 의료인들이 등장하지만 시인 자신의 직무이자 제목이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간호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눈과 눈이 만난다//잔뜩 겁먹은/아기 눈//열이 나/응급실에 온 아기//아직 아무 짓도 안 했는데//눈 한 번 마주칠 때마다/기겁을 한다.//아기는/아가라서 아직/모른다.//병원에선/간호사가 엄마라는 걸. -「아기는 아가라서」 전문

어찌 아기들뿐이겠는가. ‘입을 꾹,/다물고’서 ‘얼굴이/딱, 굳’은 채 진료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입원하여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나 누구든 ‘겁먹은/아기’가 되는 곳이 바로 병원이라는 공간이다. 그곳은 환자와 의료진의 ‘눈과 눈이 만나’고 서로의 손과 ‘손이 힘주어 말하’고 ‘대답하’면서 고통과 공포의 공간에서 위로와 희망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요즈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세상과 삶을 살고 있다. 「코로나19」, 「최선」과 같은 시들에서도 직접 드러나는 것처럼 한상순 시인 또한 의료인으로서 직접 보고 느끼는 현장의 절박함이 정말 각별할 것이다.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는 이즈음에 시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시로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와 어른들도 지금껏 정신없이 달려왔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머무름을 맛보셨으면 해요. 그 안에서 그동안 돌보지 못한 ‘나’를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리고 ‘다 지나가리라’는 주문으로 위안을 삼으며 너무 우울하지 않길 바랍니다.

한상순 시인은 지난 40년간 간호사로 치열하게 일해 오면서 22년간 동시 쓰기를 병행하여 여러 권의 좋은 동시집을 펴냈으며 그중 동시 「좀좀좀좀」, 「기계를 더 믿어요」 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아이들에게 널리 애송되는 성취를 이루었다. ‘동시 쓰는 일은 간호사라는 힘든 직업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는 고백처럼 시인 자신에게도 동시는 희망과 위안을 준 것이 틀림없다. 이제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와 앞으로 쓸 좋은 동시들이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큰 힘과 희망과 용기로 다가가길 바란다.

-신 형 건 (시인,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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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푸른책들>에서 2020년 10월에 곧 출간될 한상순 동시집 <병원에선 간호사가 엄마래>(푸른 동시놀이터 011)에 실려 있습니다.

<시인의 말>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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