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산후 우울증에 걸릴까?]

남성 산후 우울증 전문 심리치료사 윌 코트니에 따르면, 아빠들 네 명 중 한 명은 앞서 설명한 산후 우울증 증상을 짧게는 출산 후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겪는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는다. 갓 엄마가 된 아내의 ‘곁에 있어’ 줘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더욱 그렇다.

남자와 여자는 우울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여성은 슬픔에 빠지거나 눈물을 흘리는 경향이 있지만, 남자는 화를 내거나 가족을 피해 회사로 숨곤 한다. 우울증(산후 우울증을 포함하여)은 대개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정신 건강 전문가들도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저 고된 부모 역할에 적응해 나가는 평범한 과정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증상이 발견되지 못하면 치료를 할 방법도 없으므로, 아기가 태어난지 9개월쯤 지나고 나서까지도 우울의 징후를 보이는 아빠들이 많다. 거기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증상은 대개 아기가 태어난 후 1~2주간 지속하며, 스트레스, 조급함, 좌절 등의 감정을 비롯하여, 아기 울음소리에 대한 강한 거부감, 아기와 그가 받는 온갖 관심에 대한 분노, 탈진, 아빠로서 자신에 대한 실망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엄마의 우울증이 아기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연구는 매우 많이 있지만, 아빠 우울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좋은 그림은 아니다. 당신도 짐작했겠지만, 우울한 초보 아빠는 아기와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그리고 아빠가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녀가 행동적, 정서적, 사회적 문제를 갖게 되거나 언어 습득이 늦어질 가능성이 2배가량 많아진다.

산후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울증에 더 취약한 집단의 특징은 찾을 수 있다. 가장 명확한 위험 요소는 아내가 우울증이 있나 우울증 이력이 있는 경우이다. 그 외에도 재정적 문제,아내 혹은 부모와의 순탄치 않은 관계, 결혼하지 않은 상태, 임신을 계획하지 않거나 바라지 않았던 경우 등도 관련이 있다. 산후 우울증은 사회, 경제적 수준이나 인종에 따라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처음 아기를 낳은 부모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첫째 때는 증상이 없다가 둘째 이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당신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우선 이것은 당신이 나약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나쁜 아빠라는 뜻도, 당신의 아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수십만 명의 아빠들에게 나타나는 의학적 증세일 뿐이며, 치료 방법이 있는데 굳이 그 병을 앓고만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감정을 묻어 버리는 것만은 안 된다. 우울증을 창피해할 일이 아니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이 당신의 갓난아기가 안겨 줄 모든 기쁨을 빼앗고, 당신의 관계를 망치거나 가정을 파괴하게 내러벼 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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