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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푸른책들] 새 <국어> 교과서에서 동시를 만나는 기쁨 /신형건 2018-07-06 17:13:35

누구나 새 교과서를 받아들었을 때의 설렘을 마음 한 편에 갖고 있을 것이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다는 설렘, 새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 새 지식을 배운다는 설렘, 그 모든 설렘이 새 교과서를 받아들었을 때 서로 교차하는 것이다. 여러 교과서 중에서도 가장 먼저 펴들게 되는 것이 <국어> 교과서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좌우하는 <국어> 과목이야말로 모든 지식으로 가는 첫 번째 문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들은 2017년 1학기부터 새로 개정된 교과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개정은 3년에 걸쳐 두 학년씩 이루어지므로 이 과정은 일단 2019년에 마무리된다. 그리고 또 5년 정도의 주기로 교과서 개정은 계속 되풀이된다. 이렇게 교과서가 개정될 때마다 시인들은 아이들과 또 다른 이유로 마음이 설렌다. 자신이 창작한 동시가 교과서에 실리기를 고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국어>는 유일하므로, 교과서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우리나라 모든 아이들을 독자로 확보하니 시인으로서 얼마나 보람찬 일이겠는가. 

여기 한 예화가 있다. 40년이라는 세월 가까이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시에 매진하여 좋은 작품을 많이 썼으나 아쉽게도 교과서에 실린 적이 없던 시인의 이야기이다.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마침내 동시 한 편이 <국어> 교과서에 처음 실렸는데, 어느 날 한 아이가 교과서를 들고 찾아와 “교장 선생님, 여기 선생님 시가 있어요!”라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 순간 시인은 동시와 더불어 아이들과 동고동락한 삶과 세월이 모두 보상받은 것처럼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면 시인 못지않게 기뻐하는 이들이 또 있다. 동시집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들이다. 출판사는 자신들이 문학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시인들의 동시집을 공들여 펴내는데, 모든 문학작품은 일단 책으로 나오면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상품이 된다. 하지만 동시집을 찾는 독자는 매우 적어서 높은 작품성을 지니고 있어도 꾸준히 판매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출판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런데 교과서에 실리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오랫동안 창고에 쌓여 있던 동시집들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되고, 중쇄를 거듭하며 책으로서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자신들이 지지하는 시인의 문학적·상업적 성취를 두루 이룬 셈이니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니다.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펴낸 여러 동시집들이 이번에 새로 개정된 교과서에 연달아 실리고 있어서, 시인과 더불어 출판사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서정숙 동시집 『아가 입은 앵두』, 정두리 동시집 『우리 동네 이야기』, 박목월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 권태응 동시집 『감자꽃』은 이미 실렸던 작품이 거듭 수록되었으며, 손동연 동시집 『참 좋은 짝』, 신형건 동시집 『아! 깜짝 놀라는 소리』는 이번에 새로운 작품이 실렸다. 한편 이정환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박방희 동시조집 『우리 속에 울이 있다』도 곧 나올 2학기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어서 수록작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또한 장승련 동시집 『우산 속 둘이서』는 타 출판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것을 교과서 수록을 계기로 개정판으로 되살려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동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처럼 소박한 반전의 드라마엔 동시집을 구매하는 어른들의 욕구가 숨어 있다. 교과서 뒤에 동시의 출전을 밝히는데, 이는 부모나 교사들에게 그 동시집이 공인되었다거나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품게 하기 때문이다. 교과서 개정 때마다 교육 전문가로 이루어진 수십 명의 연구진·집필진·검토진·심의진이 가동되니 그 수고로움은 만만찮을 것이며, 그 결과물도 충분히 신뢰할 만하고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니 교과서 수록작의 출전을 좋은 동시집이라 믿고 우선 구입하려는 부모나 교사들의 심리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또 다른 동시나 동시집으로 아이들의 독서가 확장되지 못한 채 바로 그 지점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다. 

동시를 즐겨 읽지 않는 아이들에겐 동시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어른들도 대부분 지하철 스크린 도어나 일간지 한구석에 실린 시 한 편조차 무심코 보아 넘기곤 한다. 이렇게 시에 무심한 이들에게 그나마 각인되는 몇 편의 시는 교과서에서 배운 시들뿐이다. 그러니 폭넓은 대중 독자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시의 교과서 수록은 가장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수록작의 출전을 징검돌 삼아 좀 더 많은 시를 읽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부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시들이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징검돌로 느껴지길 바랄 뿐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빼어난 감성과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그 징검다리를 딛고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성큼성큼 동시 나라로 들어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푸른책들, 보물창고 <교과서 수록 도서> 보러가기

 

아가 입은 앵두 / 서정숙 / 보물창고 / 2013. 12. 10.

 

우리동네 이야기 / 정두리 / 푸른책들 / 2013. 06. 15.

 

산새알 물새알 / 박목월 / 푸른책들 / 2016. 08. 25.

 

감자꽃 / 권태응 / 보물창고 / 2014. 09. 10.

 

참 좋은 짝 / 손동연 / 푸른책들 / 2015. 05. 30.

 

아! 깜짝 놀라는 소리 / 신형건 / 푸른책들 / 2016. 06. 30.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 이정환 / 푸른책들 / 2011. 10. 20.

 

우리 속에 울이 있다 / 박방희 / 푸른책들 / 2018. 01. 15.

 

우산 속 둘이서 / 장승련 / 푸른책들 / 2018.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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