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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겨례>- '첫 키스는 엘프와' 미디어 리뷰 2018-04-20 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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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고 유머러스한 첫 키스 대작전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첫 키스는 엘프와
최영희 지음/푸른책들 펴냄(2014년)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일 없었니?” 하고 묻는 선배가 있다. 그런데 이 질문이 쉽지 않다. 갑자기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뜨거운 사랑에 빠질 것도 아니고, 배꼽 빠지게 웃기는 친구가 곁에서 떠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재미있는 일이 있는가 말이다. 어른의 일상이란 허겁지겁 회사에 갔다가,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야근 아니면 회식을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며 끝난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새벽부터 학교로 내몰려 학업 순례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해 쓰러지듯 잠이 든다.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그토록 재미에 목말라하는 건 아닐까. 마음이야 원 없이 ‘놀다 죽고’ 싶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으니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보고 읽으며 대리만족을 한다. 인간을 두고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고 하는 건 이유가 있다. 특히 십대는 무조건 재미난 책을 만나야 한다. ‘책도 읽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야 독서가 시작된다. 하지만 재미난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인가. 소설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반영하는 법, 요즘 같아서야 어찌 웃기는 소설이 나오겠는가.

최영희의 <첫 키스는 엘프와>는 최근 읽은 청소년 소설 중에 단연 유머러스한 책이다. 최근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미 첫 단편집에서 그 가능성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

표제작인 ‘첫 키스는 엘프와’는 여중생 윤채아가 주인공이다. 아직 이성에 눈뜨지 않은 소녀가 펼치는 생애 첫 키스하기 대작전은 황당하고 허술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 황당함이 독자를 웃게 한다. 발단은 채아의 단짝이었던 다나가 오빠 친구와 첫 키스를 한 것이다. 채아는 친구가 첫 키스를 했다는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에 실망한 다나는 이후 채아를 못 본 체하며 ‘따’ 시킨다.

채아는 이 모든 불행이 자신이 아직 첫 키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면 된다. 하지만 상대가 있어야 첫 키스를 할 게 아닌가. 인근 3개 중학교에 팬클럽이 있다는, 여학생들이 일명 ‘엘프’라고 부르는 토풍고 1학년 최상연을 점찍었다. 그러고는 학교 담벼락에 “토풍고 엘프랑 해은중 3학년 5반 윤채아는 키스했다”는 낙서를 자기 손으로 했다. 이를 계기로 엘프랑 자연스럽게 만나고 그러다 보면 눈이 맞아 키스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꿍꿍이다. 하지만 낙서가 채아의 짓임을 처음부터 눈치 챈 엘프는 키스는 하지 말고 그저 자신의 여친 행세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채아는 반드시 엘프와 첫 키스를 해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

최영희는 웃음이 배어 나오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재미는 그저 엉뚱하거나 괴상한 일에서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예상했던 기대를 살짝 배반할 때 나온다. 최영희의 단편 속 인물들은 저마다 고민이 있고 삶이 팍팍하다. 악다구니를 쓰고 싸울 것만 같은데, 그 순간에도 터무니없이 진지하게 묘책을 세우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다. 웃음은 이때 나온다. 마치 이문구나 성석제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최영희가 그려낸 청소년들도 같은 지점에 서 있다. 고만고만한 소재와 주제가 반복되는 청소년 소설에 새로운 작가가 탄생했다. 중2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기사 링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770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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