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푸른 동시놀이터] 동시조를 쓰고 읽는 남다른 기쁨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의 시인 이정환 인터뷰 2018-07-05 17:50:51

동시조를 쓰고 읽는 남다른 기쁨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의 시인 이정환 인터뷰

                                                                                                                         신 형 건

 

요즘 동시단에는 오랫동안 동시를 창작해 온 시인들의 익숙한 이름보다 생소한 이름이 많은 편이다.
새로 등단한 시인도 많지만 일반 시나 시조를 쓰다가 동시까지 쓰게 된 시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정환 시인도 동시단보다 시조시단에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된뒤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여 여러 권의 시조집과 시조 비평집을 꾸준히 출간했으며, 중앙시조대상·이호우시조문학상·가람시조문학상·한국시조작품상 등
권위 있는 시조문학상을 수상하여 시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가 벌써 20여 년 전에 펴낸 첫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초판, 만인사, 2000)를
읽어 본 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동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그의 이름이 단번에 각인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구나 그의 동시조 「친구야, 눈빛만 봐도」, 「혀 밑에 도끼」, 「공을 차다가」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단 한 권뿐인
그의 동시조집은 어린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러니 새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푸른책들, 2018)의 출간은
동시단이나 독자들에게나 두루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과 지내온 지 어언 마흔 해가 훌쩍 넘었습니다. 1999년 4학년 담임을 할 때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알기 어려운 것 말고 잘 알 수 있는 것들을 시로 쓰셨으면 좋겠다.”고.
“그래 알았어, 이제부터 선생님은 너희들의 이야기를 시로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그 약속으로 다음해 5월에 펴낸 작은 책이 첫 동시조집『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였습니다.
시조를 쓰는 시인이므로 자유로운 형태가 아닌 시조 형식으로 써서 묶게 된 것이지요.
이 모든 일이 모두 기특한 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 덕분입니다. 

이처럼 이정환 시인의 동시조 창작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천직이 교사라는 사실’을 새로이 자각한 순간이 있었고 그로부터 아이들 모습을 관찰하고, 아이들 마음을 읽고,
아이들 말을 받아 적으며 동시조를 본격적으로 창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그의 첫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개정판, 푸른책들, 2011)를 거듭 펴내는 작업에 관여하면서,
그즈음 이정환 시인이 <체육> 교과 전담 교사를 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지않아 또 좋은 동시조집을 펴낼 수 있겠다는 은근한 기대를 품게 되었다.
아이들과 어울려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노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고 그 속에서 팔팔한 동시가 저절로 막 생겨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시조는 동심을 담고 있지요. 아이들의 눈높이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교감을 이룰 때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동시조,
어른이 읽어도 행복한 시가 될 수 있지요. 동시조를 쓸 때 아이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좋고,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 적는 즐거움도 큽니다.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불쑥불쑥 던지는 말을 조금만 다듬고 생각의 살을 붙이면 한 편의 시가 되니 동시조 쓰는 기쁨이 남다르지요.

마침내 독자들 앞에 나타난 새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에는
시인에게 ‘자꾸 자신들의 모습을 써 보라고 권유’한 아이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한순간/차 버리자//햇덩이를/차 버리자//머뭇거리거나 우물쭈물하거나 떨거나 망설이지 말고//한순간 뻥, 차 버리자’ 하며
운동장 땡볕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신나게 뛰놀고, ‘나만 보면//웃음부터/짓지요.//함께 앉아 공부하는 것 몹시 신기하다면서…//그 말
에/가슴이 쿵쾅쿵쾅’거리는 짝궁과 함께하는 생활이 마냥 즐겁고, ‘손에 아무 것도 없이/그냥 맨몸인 채
로//두 팔 활짝 펴서 돌리면/허리 굽혔다 쭉쭉 펴면/그 순간 키가 큰’다고 믿으며 힘차게 맨손체조를 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쑥쑥 자란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은 자연과 꽤나 동떨어져 있지요. 어릴 적부터 학원, 숙제 등 많은 일로 늘 쫓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이따금 아이들과 운동장에 있는 나무 만나기를 하곤 합니다.
여러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 나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때 나무와 아이들은 미묘한 교감을 이루게 되지요. 이번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에는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이
구김살 없이 자라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자라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지요.

그렇다. 또다시 동시의 단골 제재인 자연이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의 자연이 아니라 늘 아이들 곁에 있는 자연이다.
라일락·백목련·아카시아·봄비·사과나무·풀무치·참새·탱자나무·미루나무·너럭바위……
언제든 아이들 마음속에 성큼 들어올 수 있는 친숙하고도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이정환 시인은 새 동시조집에 가득가득 담아 놓았다.

문학평론가 장경렬 교수는 ‘이정환의 작품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자의 눈길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여느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사물들에 섬세한 눈길을 던져 그 사물들을 새로운 의미에 휩싸이도록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물에 새롭게 주목하도록 우리를 유도한다.(『시간성의 시학』,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고 그의 일반 시조를 평한 바 있다.

이번 동시조집에 실린 작품들에도 이정환 시인은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주변의 자연과 사물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한껏 불어넣어 모두모두 아이들 곁으로 데려왔다. 이제 아이들은 그의 동시조를 읽으면서
자연을 더 가까이 체험하고, 또 자연 속에 들어가 뛰놀면서 마음속에 남아 있는 동시조의 감흥과 여운을 되새길 것이다.

이정환 시인은 새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을 세상에 펴낼 때쯤 교단에서 정년퇴임을 한다.
이제 이정환 시인은 오래 정든 아이들 곁을 떠나지만 그의 동시조는 늘 아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자신이 쓴 ‘동시조를 읽는 이들이 때로는 감탄하고, 공감하고,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기쁨이 넘치’기를 바라며
앞으로 더 치열하게 시를 쓰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

♠이 인터뷰는 <푸른책들>에서 2018년 7월에 곧 출간될 이정환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푸른 동시놀이터 007)에 실릴 예정입니다.

[출처] 푸른 동시놀이터 https://blog.naver.com/dongsi-nanum

facebook twitter hms

전체 0

자동생성방지
자동생성방지를 위해 왼쪽에 보이는 숫자를 입력하세요.

글 읽기
이전 [예스24] 와~ 여름이다! 여름맞이 도서 이벤트! 2018-07-04 17:05:03
다음 [푸른책들] 새 <국어> 교과서에서 동시를 만나는 기쁨 /신형건 2018-07-06 17:13:35


최근 본 상품 (0)

배송정보
배송조회를 하시려면 송장번호를 클릭하세요
배송조회
상품명
주문번호
택배사
송장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