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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카프카와 함께 빵을 Baking with Kafka 2020-07-29 19:09:05

카프카와 함께 빵을 Baking with Kafka

톰 골드의 카툰 모음, 전하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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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책의 반 정도 되는 크기, 카툰 모음집이란 말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제목에 ‘카프카’와 ‘빵’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함께’라는 단어도. 책의 제목에는 책의 전부를 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들어 있을 터 이지만,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네?’하는 생각으로 넘겼습니다. 한참 카툰을 들여다 보고서야 왜 ‘카프카’를 전면에 내세웠는지 알 듯 했습니다. ‘부조리 문학’이란 낯선 이름으로 카프카의 [변신]이란 책을 접했던 것이 기억나면서, 이 책에 담긴 만화들이 풍기는 분위기들이 우리가 아는 평면적이고 단순한 모습들을 뒤집고, 다시보게 하는 것과 겹쳤지요. [카프카와 함께 빵을]이란 제목을 지은 것은, 우리의 생활에서 ‘빵(밥)’으로 대표되는 평범한 일상을 카프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부조리(absurd)’는 ‘조리에 맞지 않음’, ‘이치에 맞지 않음’의 비합리적이라는 뜻과 ‘우스꽝스럽다’라는 뜻의 두 가지 의미를 지닌 말 (출처:네이버 검색, 두산백과)

 

작가가 일상으로 접하는 환경은 ‘책’이겠지요. 책, 작가의 생활, 서점 등등 작가가 가장 많이 대하는 것들이 소재로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한 눈에 들어오는 6컷만화, 한 컷 등으로 제시한 그림 속에서 참 많은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시골 쥐’를 같이 들여다 볼까요? 우리 기억속에 자리잡은 시골쥐는 도시에 사는 서울쥐 집을 방문했다가 많은 음식을 보고 감탄하지만 늘 마음졸이며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시골로 돌아오는 이야기지요. 톰 골드는 이 내용을 어떻게 그려냈을까요? 스스로 성공했다고 여기는 듯 시골 쥐를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고 있던 도시 쥐. 작가는 시골 쥐를 자신의 집을 에어비엔비로 다른 이에게 빌려주고 브이로그를 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 쥐로 그려냈네요. 도시 쥐는 그런 시골 쥐를 여전히 만만한 상대로 여기는 듯, 전화만 하면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 믿지만, 시골 쥐는 전화 온 줄 알고서도 받지 않는 상황. 제 3자의 입장에서 통쾌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이와 과거의 상황에 머물고 있는 이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늘 가볍게, 뭔가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지만 막상 익숙함을 떠나 짐을 꾸릴 때, 들고 갈 것이라 꾸린 가방을 들여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 작가의 여행가방을 보며 풋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집 안에서도 끼고 있었을 책이었을 텐데, 일상을 떠나는 최소한의 살림 여행가방 안에도 가득한 건 책 뿐 이라니. 드러난 짐이 이렇다면 실제 머릿속은 어떨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지요.

어디론가 떠난 다고 하고 짐을 꾸릴 때 나의 가방에는 무엇이 담길까. 쉬기 위해서, 혹시나 비상시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차마 두고가지 못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작가가 그려놓은 가방에 노트북 가방을 하나 더 넣고 핸드폰을 챙긴다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네요.

<가디언>, <뉴요커>,<뉴욕타임즈>등에 연재된 카툰이 다수 담겨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인 ‘아이스너상’ 최고의 유머부분을 수상한 톰 골드의 카툰집 [카프카와 함께 빵을]. 세련된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카툰들을 직접 만나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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