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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기린이 사는 골목 - gaon1806 2021-02-17 02:06:50

오랜만에 성장소설을 읽었어요.

순수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인물 덕분에 힐링이 되었어요.

선웅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과체중(158cm, 104kg)에 은따(왕따)인 선웅이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예요. 원은형 누나를 짝사랑하고 있어요. 은형이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요. 학교에서 상처받는 게 일상인 은형이가 집으로 가면 위안을 받는 것도 아녀요. 은형의 아버지는 술주정꾼에 노름꾼, 가정폭력을 일삼으며 후안무치합니다. 삶이 상처투성인 은형을 보고 선웅은 가슴 아파하죠. 은형이의 집과 선웅이 집은 엄청 가까워요. 선웅이 방에서 은형이의 집이 훤히 보여요. 선웅은 멀리서 은형을 바라보며 은형이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주죠. 오로지 은형이 누나만 생각하다가 기린이 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은형이를 지켜보느라 세상에서 목이 긴 기린이 된 선웅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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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았던 문장을 소개해볼게요.

135쪽

누구나 상처는 하나씩 있는데 그걸 상처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슬픈가 봐.

 

은영의 말이었죠. 「기린이 사는 골목」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가 있습니다.

은따(왕따) 선웅이.

튀기라고 놀림당하는 은영이.

가정 폭행 피해자인 진따나아주머니,

아들을 일찍 보낸 권오복 할머니,

지뢰 때문에 얽고 짓이긴 얼굴을 가진 이복규할아버지,

새벽길에 날아든 유리병으로 애꾸눈이 된 길고양이 삼백이.

「기린이 사는 골목」에 나오는 인물(동물까지)들의 삶을 곱씹어 보게 되는 말이었어요.

 

171쪽

은형이 누나랑 기수 때문에 깰 수 있었어. 단단한 껍질 속에 있던 내 모습.

용기를 못 낸 건지 일부러 모른 척하며 지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떨어져 있는 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부딪혀야 할 때도 있는데 자꾸만 뒤로 물러나면서 멀어지고 있었어.

모든 관계로부터 그런 날 두 사람이 꺼내주었어.

 

알을 깨고 나온 모습을 묘사해서 「데미안」이 연상되는 부분이었어요.

성장소설답게 움츠려 있던 선웅이는 용기를 얻고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떳떳하게 피력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인 기수와 은형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선웅이는 그간 선웅이와 은형이를 괴롭혔던 친구들에게도 당당하게 할 말도 하게 됩니다.

고구마 선웅에서 사이다 선웅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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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배화동 배화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배화동, 배화로’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전 ‘화花’때문에 꽃동네가 생각나요.

 

책에서도 꽃이 종종 등장합니다.

은형의 집이 빨간 장미꽃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선웅을 위기에서 구해줬던 기수에게는 샐비어 꽃 향이 풍풍 날렸습니다.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꽃밥집’이라 부릅니다.

 

인생엔 저마다의 아픔이 있고 상처를 안고 가는 우리.

그런 우리에겐 꽃 향이 날리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슬픔도 지나면 향기가 난다’라는 선웅이의 말처럼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나는 배화동 배화로에 살고 있을까?’

여러분은 배화동 배화로에 살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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