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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서평단]동시'집' 속에 내가 살고 있는 듯한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2019-06-27 12:47:19

표지 속 아이 얼굴만 보아도 표지를 넘기고 동시를 읽어 내려가면서는 더욱더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마치 동시집 속에 내가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의 일상을 보는듯한 익숙함과 친숙함이 있고 정겨움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는 동시집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는 정두리 시인이 글을 쓰고 시인의 손녀가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그 동시’집’으로 같이 가 보아요.​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는 제1부 ‘엄마는 힘이 세다’, 제2부 ‘개꿈과 게꿈’, 제3부 ‘푸른 별’, 제4부 ‘은은하다’ 까지 모두 50편의 동시를 담아 놓았는데요. 다 소개하고픈 마음 꾹꾹 눌러 담고 그 중 몇 편 소개해 드려요.​

삼각김밥

정확한 삼각을 뭉개 가며

밥을 먹어요

삼각 중심에

심지처럼 숨은 반찬까지

세 점을 맺는,

세모꼴

세워 놓고 보면

삼각형은 참 편한 모양새예요

삼각김밥과 컴라면은

어울리는 단짝 친구지요

금세 배가 불러와요

작고 세모난 산 하나

두 손으로 잡고

허물어 먹었으니까요.

김밥과 라면은 환상의 짝꿍이죠? 우리 집 큰 녀석이 애용하는 편의점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밥 때를 놓친 제가 얼마 전에 혼밥으로 먹었던 메뉴이기도 하답니다. 처음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었는지 무척 궁금한 삼각김밥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컵라면을 생각하니 오늘 점심도 이렇게 먹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발면

공기에 담긴 흰밥보다

더 친하게 생각한다

3분의 기다림도 조바심

두 손으로 감싸고

뜨거운 국물도 불평 없이

후우후 달래 가면서

다정하게 참는다

사발면 앞에서

우리는 참, 착하다.

어릴 때 우리 엄마가 하시던 얘기를 지금 제가 우리 아이들을 보고 하고 있어요. 나이에 붙은 숫자가 점점 커지는 지금도 여전히 낯을 가리는 저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고 바래다가 이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줍니다.

낯가림

유모차에 탄 아기

예쁘다고 까꿍 해도

삐죽이며 울려고 한다

“애가 낯을 가려서요.”

아기 엄마의 말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나도 그렇다

뭔가 주춤거리고

먼저 말하기 꺼려진다

“우리 애가 숫기가 없어요.”

우리 엄마가 나를 가리키며 하는 말

​낯가림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낯섦이다.

시골 엄마집에 가면 안방이고 거실이고 벽에는 온통 액자가 가득해요. 가족 사진부터 자식들 결혼식때 사진 그리고 손주들 사진까지 빼곡하게 걸려 있지요. 더 이상 걸어둘 곳이 없으면 다른 방에도 하나씩 걸리기 시작해요. 수많은 사진들만큼 그 사진들 속에는 우리 가족의 수많은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가족사진

높다랗게 못을 치고

마루 벽에 큰 액자 걸었다

큰아버지, 우리 아빠, 삼촌, 고모

사각모자 쓰고 찍은 대학교 졸업 사진

그 아랜 우리들 어릴 때 모습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진은 따로 걸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걸린

김씨 가족사진이다

올려다보면

어른들은 모두 젊고

아이들은 죄 어리다

약간 흐릿해진 사진이지만

할머니가 기억하고 싶은

우리들 모습이 거기 있다.

은은하다

학교 가는 길

어디에서 날아왔나?

꽃향기가 맴돈다

콧구멍을 크게 하고

까치발로 돌아본다

<나>

“선생님, 학교 올 때

꽃향기를 맡았어요.”

<선생님>

“으응, 참 은은하지?

담장의 라일락이 활짝 폈더라.”

‘은은하다’는 뭘까요?

이 스며 오는 느낌이

은은함일까요?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별이야기

세종 별, 장영실 별, 허준 별

이렇게 별에 이름을 달아 줄 있대

23만 개의 소행성 중에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별은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저 부끄럼 타는 숨은 작은 별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반짝이게 할 순 없을까?

내 목소리가 하늘에 닿게

너도 별이야, 반짝일 수 있다고!

외쳐 주고 싶어

사실은 말이야,

내 친구 이름, 신은별!

그 이름 꼭 별에 붙여 주려고 해.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혹시 저처럼 동시’집’속에 절로 발을 들여놓고 살고 있는듯 하지는 않았나요?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요? 우리 아이들은 1도 모르는 바짝 말린 ‘미역귀’를 우리 엄마가 담근 고추장에 콕 찍어서 먹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동시집 속 미역귀를 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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