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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라이카, 우주미아가 되어버린 최초의 지구 생명체 2019-10-28 22:37:47

인류 최초의 우주인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 보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 보다 우주로 먼저 쏘아올려진 생명체가 있었어요. 라이카, 모스크바의 골목골목을 떠돌던 유기견이었다가 포획꾼에 체포되어 공군의 손에 넘겨졌고 개 조련사 옐레나의 교육으로 우주여행자가 된 아주 작은 강아지입니다. 동그랗게 말린 꼬리가 인상적인 녀석의 원래 이름은 쿠드랴프카, 작은 곱슬이라는 뜻이래요.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하고 사람을 잘 따라 우주 여행에 선택 받았지만 라이카가 이를 자랑스러워했을지는 의문이에요. 녀석은 1950년대 우주를 놓고 미국과 엄청난 경쟁을 벌인 소련의 대외전시용 희생양이었거든요.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시키며 미국 보다 한발 앞선 과학기술을 선보인 소련은 이에 만족할 수가 없었어요. 지구 둘레를 도는 위성 1호에 이어 스푸트니크 2호를 날려 미국의 머리 위에 똥을 투척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했지요. 윗선에서 과학자들에게 제시한 기간은 한 달 남짓. 아무 죄 없이도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내지곤 했던 시절이라 과학자들에겐 선택권이 없었어요.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스푸트니크 2호를 성공시켜야만 했어요. 1호 같은 단순한 위성이어서도 안된대요. 승객이 탄 우주선! 소련의 우월성을 증명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개를 태우기로 한 거에요. 승객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편도 우주선을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안한 마음이 커져 간다.

우리는 그 임무로부터 개의 죽음을 정당화할 만큼 많은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ㅡ1998, 올레그 게오르기비치 가젠코

우주에 날려지기 직전에 짖다라는 뜻의 라이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았던 쿠드랴프카. 러시아 사람들은 쿠드랴프카가 우주를 오래오래 여행하다가 약물로 편안하게 안락사를 당한 줄로 알았지만요. 실제로는 우주로 날아가 채 다섯 시간 남짓 밖에 생존하지 못했다고 해요. 제대로 몸을 펼 수나 있었을까 싶은 좁은 공간에 편치 않은 우주복을 입고 홀로, 외로이, 점점 뜨거워지는 우주선 안에서 버텨야만 했던 라이카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물씬 피어올라요. 죽은 존재가 사람이 아닌 강아지라 더 마음이 아프다 하면 이상할까요? 죽은 곳이 저 밖 골목이 아닌 우주라 더 슬프다 하면 이것도 이상한 일일까요? 우주인의 꿈을 안고 혹독한 훈련을 감내하며 우주로 떠나간 사람들에겐 목표와 긍지, 희망이 있었지만요. 사람을 좋아하는게 다였던 라이카에겐 우주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어요. 라이카를 읽으며 평생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했던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풀려나 풀밭을 디디며 깡충깡충 뛰고 얼싸안던 장면을 떠올려요. 인간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했던,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생명들에게 오롯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라이카

저자
닉 아바지스
출판
에프(F)
발매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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