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은 민족시인으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이 작고한 날입니다.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윤동주 시인의 시를 알고 있지요.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과 열정을 지녔던 청년 윤동주는 일제강점기에 슬픈 우리나라의 현실을 시에 담아 냈습니다.

그러나 일본 유학 중 조선인 유학생을 모아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의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로 투옥되었다가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9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감옥에 함께 있던 동료는 정체 불명의 주사를 맞았다는 증언을 했고, 윤동주 시인이 일제의 ‘생체 실험’에 이용되었다는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비극적인 시대를 뒤로 하고 떠나 갔지만, 최근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도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민족과 자신의 앞날을 걱정했던 그의 시는 우리 곁에 남아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게 합니다.

이번 주말,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우리의 민족혼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보물창고) 표지

북간도 명동촌에서 나고 자란 윤동주는 중학교에 들어가 축구 선수로 뛰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등사판 교내 잡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재봉질 솜씨가 뛰어나 학교 축구부원들의 유니폼에 등번호 다는 것을 모두 집으로 가져와 직접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인 열여덟 살에 윤동주는 최초의 시 작품 3편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지요. 그중 하나가 「내일은 없다」라는 시랍니다. 그 후 여러 선배 시인들의 시를 열심히 읽으면서 더 많은 시들을 썼습니다. 특히 「정지용 시집」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그 이듬해부터는 동시도 함께 쓰기 시작했는데, 윤동주 시인의 첫 동시는 바로 「조개껍데기」입니다. 그 후 연희전문학교(지금의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해까지 많은 동시를 써서 북간도 연길에서 발간되던 <카톨릭 소년>에 「병아리」, 「오줌싸개 지도」, 「거짓부리」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전혀 동시를 쓰지 않게 됩니다. 맑고 밝은 동시를 계속 쓸 수 없었던 까닭은 아마도 일제 강점기의 우리 현실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동시라는 순수한 그릇에 어려운 현실을 치열하게 담아내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 대신 일반시들을 열심히 써서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첫 시집을 묶어 내려고 마음먹게 됩니다. 졸업 기념으로 19편의 시를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을 붙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실린 「슬픈 족속」과 같은 시들이 일본 경찰의 검열을 통과할 수 없다고 여겨서 시집을 내는 일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일제의 탄압이 더욱 가혹해져서 우리 민족의식이 짙게 담긴 글들을 섣불리 내보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윤동주 시인 자신이 직접 베껴 쓴 시집을 3부만 만들어, 스승 한분과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각각 1부씩 나눠 주고, 나머지 1부는 자신이 갖고 말았습니다

윤동주, 송몽규 외 (출처 위키미디어)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 윤동주 「슬픈 족속전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저자 윤동주 출판 보물창고 발매 2011.04.25.   상세보기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푸른책들) 표지

윤동주 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동시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윤동주 시인 스스로 동시라고 밝힌 작품이 35편이고, 그 외에 동시로 읽힐 만한 시들을 포함하면 전체 시 중에서 삼분의 일 이상이 동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시들은 오랫동안 일반시들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또한 일반시집에 함께 실려 있어 정작 어린이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북간도 명동촌의 아름다운 자연과 가족 이야기가 담긴, 정감 어린 동시들을 여러 편 남겼습니다. 일찍이 세상을 떠나 한 번도 보지 못한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동시나 동생과의 대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동시들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또한 일반시에서는 자주 느낄 수 없었던, 천진한 동심으로 자연이나 일상을 재치 있게 그려 낸 동시들은 우리를 웃음 짓게 합니다.

(출처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푸른책들)은 1999년에 윤동주 시인의 동시들을 따로 모아 우리나라 최초로 펴낸 윤동주 동시집입니다. 이 동시집에 실린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그의 동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해설을 읽은 후 다시 한 번 동시를 읽으면 처음 읽을 때 느끼지 못했던, 동시에 배어 있는 시인의 순수함과 그 시대의 절박함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따온 동시 「눈 감고 간다」에서 시인은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과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두운 밤, 눈을 감고 가면서도 ‘가진 바 씨앗을/뿌리면서 가거라.’ 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온통 암흑 같던 세상에서도 아이들이 늘 희망의 씨앗을 품기를 바랐던 시인의 마음은 이 동시집을 읽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오롯이 전해질 것입니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맘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 윤동주  「눈 감고 간다」 전문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저자 윤동주 출판 푸른책들 발매 2016.05.3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