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새로운 장르로 급부상하고 있는 '그래픽 노블'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만화 읽기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술술 읽어낼 정도는 아니기에 그림과 짧은 글로 상황을 이해하고 글의 의미까지 파악하려면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어야 한다.
소녀들의 호기심으로 만나게 된 『몬스트리스』 는 강렬한 이미지와 색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소녀들의 마음이 100% 이해되는 순간이다. 또한 표지에 그려진 여성에게서 당당하면서도 뭔가에 쫓기는 듯한 아슬아슬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고,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이미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인간 연방과 고대종족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몬스트리스』 는 서로가 가진 힘을 두려워하면서도 방관할 수 없기에 서로를 주시하고 기회만 된다면 그 힘을 빼앗고자 한다.
늑대여왕·곰의 왕· 원숭이 등 짐승의 형체를 가진 그들은 달의 여신의 마법 아래 불멸성을 가진 종족으로, 매우 강력한 존재이다. 또한 고대 종족과 인간 사이의 혼혈로 태어난 아카닉이 존재하며, 『몬스트리스』의 주인공 종족이다. 소수의 아카닉만이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옛 신과 고양이 우바치의 자손이 있다. 그리고 '쿠마에아' 라는 집단이 있다. '쿠마에아'는 염력이나 예언 등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그들 집단만의 강력한 힘을 가진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은, 힘을 키우기 위하거나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이다. 쿠마에아 또한 마법적인 힘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아카닉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카닉의 사체와 뼈에서만 채취가능한 '릴리움'이라는물질을 얻기 위해서이다.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는 자와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한 자의 싸움은 누군가가 잃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만의 법칙이자 존재를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몬스트리스』는 가볍게 읽어낼 수 없는,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다. 제1장은 막연한 이야기 전개로 어리둥절과 당혹스러움으로 읽어가게 된다. 마치 나만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을 안은 채로 말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어느 새 집중해서 보는 나를 볼 수 있고, 과거를 들춰내면서 지금의 상황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점차 밝혀내기 시작한다.
아카닉의 사냥! 이것은 쿠마에아에게는 절실한 명분에서 이루어진 행위이며,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되고 만다. 릴리움이란 물질을 갖고자 하는 그들과 죽어야만 줄 수 있는 릴리움을 지켜내고자 한 그들의 전쟁은 피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또한 그들의 전쟁과 살아남는 방법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전쟁과 그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판타지 장르인 만큼 현재의 내가 아닌 이야기 속의 상황을 놓고 보면, 이해를 넘어 수긍을 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기에 그림 한 장면 대사 하나, 설명 하나를 놓칠 수 없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아카닉, 『몬스트리스』의 주인공 마이카는 힘없이 끌려다니는 인물처럼 그려져 아슬아슬하고 강한자들에게 무릎을 꿇게 될까 맘이 졸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가 가진 비밀스러운 힘과 엄마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 이름이 가진 의미까지 더해져 그녀를 보는 시선에 따스함이 스미고, 인간적인 감정에 안타까움이 피어오른다.
판타지가 주는 난해함이 초반을 장악하여,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책장이 넘어가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릴과 마법적인 힘을 느끼게 된다. 판타지와 그래픽 노블의 만남이 더욱 강하고 짜릿한, 새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몬스트리스』에 쏟아진 찬사들
“『왕좌의 게임』의 조지 R. R. 마틴과 『반지의 제왕』의 J. R. R. 톨킨만큼이나 야심차다!” -리뷰 오브 북스>
“아름다움과 엄청난 공포가 서로를 휘감고 있다.” -
“생존과 두려움 사이의 빈약한 공간에 『몬스트리스』가 산다. 피 속에 진흙이 들어 있는 그래픽노블로, 무시무시하게 어두운 판타지이자 화려한 서사시가 되기에 거침이 없다.” -
“『몬스트리스』는 어둡고, 강렬하며, 독자들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한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마저리 류와 사나 타케다는 동서양 만화의 스토리텔링 전통과 스타일을 흡수하여 그들만의 독창적이고 놀라운 무언가를 창조했다. 마법과 공포, 비인간성과 착취, 인간의 본질과 우리가 내면에 품고 있는 괴물의 존재까지, 모두 아름답게 풀어낸 서사가 돋보인다.” -닐 게이먼(작가)
“『몬스트리스』의 대체 우주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마법과 대혼란의 아득한 공간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리뷰 오브 북스>
“담대하고 아름다우며 무시무시하고 폭력적인 마법을 원한다면, 『몬스트리스』야말로 당신이 가장 좋아할 그래픽노블이다.” -<코스모폴리탄>
놀라움, 그 자체인 ‘그래픽노블’이 찾아왔다!
-2018 아이스너상 5개 부문 수상작, 2017 휴고상 수상작 『몬스트리스』
‘그래픽노블’은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도 생소하게 느껴지다가 최근 들어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장르이다. 오랫동안 ‘코믹스’라고 불리며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던 만화와 달리, 서사성이 좀 더 강조되고 다층적인 플롯을 지니고 있으며 회화적 개성이 뚜렷하다는 차별성을 지닌 그래픽노블은 새로운 독자층을 서서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며 매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그래픽노블을 선정하는 ‘아이스너상’의 수상작들이 속속 국내에 소개되며 이 장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에 <에프 그래픽 컬렉션>의 신작으로 소개하는 그래픽노블 『몬스트리스』는 2018 아이스너상 5개 부문을 석권한 화제작이다. 또한, 2017년 미국 최고의 과학소설과 판타지문학에 주어지는 휴고상을 수상하고, 영국 판타지 문학상과 하비상까지 수상하며 당대 최고의 그래픽노블이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아름다움과 엄청난 공포가 서로를 휘감고 있다.”(NPR)는 평처럼 그래픽노블 『몬스트리스』 는 시각적인 강렬함과 세밀함으로 독자를 압도하며, “마법과 공포, 비인간성과 착취, 인간의 본질과 우리가 내면에 품고 있는 괴물의 존재까지, 모두 아름답게 풀어낸 서사가 돋보인다.”(닐 게이먼, 작가)는 리뷰처럼 풍요로운 서사로도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화제작을 협업한 작가들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미 우리가 접했던 익숙하고 유명한 작품들이 『몬스트리스』의 작가 마저리 류와 사나 타케다의 손을 거쳐 왔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는 마저리 류는 그래픽노블 『X-23』, 『블랙 위도우』, 『다크 울버린』, 『어스토니싱 엑스맨』 등을 펴낸 바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나 타케다 또한 미국의 유명 만화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 그리고 ‘이미지 코믹스’와 더불어 『X-23』, 『미즈 마블』 등의 작품을 펴냈다. 당대 최고의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반열에 오른 두 사람이 만나 “어둡고, 강렬하며, 독자들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방식”(엔터테인먼트 위클리)으로 대서사시적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담대하고 아름다우며 폭력적인 마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그리고
우리 내면에 품고 있는 괴물의 존재
그래픽노블 『몬스트리스』는 판타지 장르에 속하지만 낯설고 환상적인 시공간을 구축하기보다는 우리 현실과 다름없이 리얼한 대체세계를 배경으로 신화적인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신화적인 이 서사의 주인공은 마이카 하프울프라는 10대 소녀로 인간과 그들의 숙적인 아카닉(인간과 동물의 잡종) 사이에서 일어난 대격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하지만 또다시 노예라는 쇠사슬의 억압과 언제라도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실험 대상이라는 끔찍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 위험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마이카는 추격을 받는 동시에 또 추적하는데, 그녀가 찾는 것은 바로 자신의 비밀스러운 과거이다. 추격자들이 눈앞에 들이닥친 순간, 그녀 안에 웅크려 있던 몬스터가 마침내 깨어나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작가 마저리 류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신화와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그래픽노블 『몬스트리스』를 완성시켰다. 특히 내용 중 아카닉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인간에 대한 묘사는 1937년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중국인을 무차별적으로 죽인 ‘난징대학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작가는 조부모가 “중국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경험”했으며 그에 대한 “악몽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는 진술을 책 끝에 덧붙이고 있다.
생존자. 단순한 대격변의 전쟁만 겪은 것이 아니라, 인종 갈등과 그에 따라오는 결과물, 바로 증오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그리고 내게 던져진 질문들이 있었다. 역사가 괴물로 만들어 버린 여자가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괴물의 모습에서 탈피할 것인가? 그 안에서 솟아오르려는 괴물의 본성을 억제하지 않으면서 그녀는 어떻게 다른 이들이 가진 괴물의 본성을 극복할 수 있나? 나는 이 질문에 맞서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때때로 희망과 낙관이 가득한 듯 그려지지만 사실은 온갖 위험과 음모들로 가득 차 있다. 마저리 류와 사나 타케다가 함께 그래픽노블 『몬스트리스』로 그려낸 이 세계관은 그러한 비극의 한가운데에 우리를 부려 놓는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리 안에 모두가 지니고 있을 악한 본성에 대해 되돌아 볼 시간을 갖게 한다. “담대하고 아름다우며 무시무시하고 폭력적인 마법”(코스모폴리탄)을 통해 “비인간성과 착취, 인간의 본질과 우리가 내면에 품고 있는 괴물의 존재까지, 모두 아름답게 풀어낸”(닐 게이먼) 그래픽노블 『몬스트리스』는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각인될 만한 작품이다.
주요 내용
끔찍한 전쟁이 세상을 휩쓸고 지난 뒤, 인간과 아카닉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이 존재한다. 아카닉들은 인간에 의해 노예로 팔리고, 포획된 아카닉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릴리움(귀중한 생명을 주는 물질)’을 빼앗으려는 쿠마에아들에게 생체 실험을 당하며 죽음에 직면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10대 소녀 마이카 하프울프는 이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계속 엄청난 희생을 치룬다. 노예와 실험 대상으로 죽음의 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탈출한 그녀는 추격자들에게 쫓기는 긴박한 현실에서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점철된 기억 속을 떠돌며 오직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마이카는 왜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당했는지 끊임없는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마침내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에 그녀 안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괴물의 존재가 부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