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있어요. 소녀는 입술이 모두 찢어지고 피붙이가 엉켜붙어 매우 불편하고 아파보여요. 소녀는 오늘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아요. 그리고 혼자에요. 아무도 소녀에게 말을 걸어오지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아요. 아무도 관심없어요. 간혹 관심을 보인다 싶으면 그건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서일 뿐이죠.
출판사 푸른책들에서 새롭게 나온 그래픽노블 『스피크』 는 작가 로리 할스 앤더슨이 13살에 강간당한 경험을 담고 있어요. 우울과 걱정으로 지냈을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힘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힘이 없어서, 너무 무서워서 침묵했던 작가는, '멜린다 소디노'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말하지 못하는 소녀들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을 말이에요.
고등학교 입학이 소녀 멜린다에게 설렘과 기대를안겨주지 못해요. 피해야 하고 맞서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받은 기분이에요.친구들의 보이는 않는 횡포와 대놓고 소녀를 무시하는 공격이 들어와도 소녀는 침묵해요. 혼자거든요. 분명 혼자가 아니었는데, 소녀 곁에는 지금 아무도 있지 않아요. 외롭지만 전학온 헤더가 있어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고 하지요.
멜린다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익숙해요. 소녀 멜린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침묵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물어보지도 않고 화를 내고 이상한 아이라고 단정짓고 말아요. 엄마 아빠도 자신들의 생각만 앞세울 뿐 멜린다의 변화에 침묵해요. 학교와 멜린다의 책임으로 회피하고 말지요.
소녀 멜린다는 아직도 아파요. 즐거웠을 파티에서 한 남학생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용기있게 경찰서에 연락했지만, 무서워 그대로 도망쳐오고 말지요. 소녀가 처음 겪은 두려움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른들도 멜린다에게 왜? 라고 물을 뿐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하고픈 말이 있는데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소녀의 답답함과 공포 그리고 불안함에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어요.
멜린다는 자유와 표현을 중요시하는 미술에 집중해요. 소리내지 못하는 자신의 답답함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해요. 여전히 어둠이 무섭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바라보기 힘들지만, 친구들의 배신과 이용하기 위한 접촉에 과감히 "싫어!"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스피크』 는 친구들과 함께 한 파티 현장에서 남학생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소녀 멜린다가 침묵하게 된 현실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에요. 여전히 사회는 약자에게 불리하며, 약자의 침묵은 무시당해도 마땅한 처사로 단정지으며, 마구 헐뜯고 조롱하는데 익숙해져 있어요. 약자가 약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강자인 척 하는 우리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이며 선입견이 아닐까 싶어요.
천천히 기다려보세요. 우리의 귀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올테니까요.
★ 2019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아멜리아 블루머 리스트
★ 2019 미국청소년도서관서비스협회 선정 그래픽노블 TOP 10
★ 2018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 최고의 책
★ 2018 <북리스트> 선정도서
‘영 어덜트 소설’의 고전『스피크』, 그래픽노블로 다시 만나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영 어덜트 소설’ 중 하나인 로리 할스 앤더슨의 『스피크』가 그래픽노블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영 어덜트 소설’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 ‘마이클 프린츠상’의 첫 회(2000년) 수상작으로 총 300만부 이상 판매되며 많은 독자를 꾸준히 확보하여 현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성폭행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 까닭에 미국 내에서도 수없는 사회적 논쟁과 검열을 거쳐야 했지만 마침내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담론을 바꿀 수 있었던 획기적인 작품이다. 이 원작을 그래픽노블로 다시 그려낸 작가는 역시 미국 최고 권위의 그래픽노블 작품상인 ‘아이스너상’을 수상한 에밀리 캐럴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삶이란 때로 정신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리 할스 앤더슨
원작 『스피크』의 작가는 그래픽노블로 거듭난 이 책의 머리글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작가는 “열세 살 때 강간당한 이후로 항상 나를 덮치던 우울과 걱정의 그늘을 견디며 글을 썼”고 “그때는 책으로 출판되리라고 생각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며, 친구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서 수업 교재로 쓰거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자들의 꾸준한 호응과 교사 모임들의 대담한 옹호 덕분에 이 작품은 마침내 “여기까지 왔”고 “언어와 이미지를 섞어 마법을 창조하”는 새로운 장르인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말하세요!”라고 외치면서도, 과연 우리는 들을 준비가 돼 있는 걸까?
-때때로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던 우리의 이야기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평범한 소녀 멜린다는 어느 날부터 전혀 입을 열지 않는다. 목구멍이 늘 따끔거리고, 입술엔 껍질이 벗겨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입을 너무 꽉 다물고 있어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 없는 멜린다를 재촉하지만, 그럴 때마다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아예 입이 얼어붙어 버린다. 누군가 몰래 본드로 입을 붙인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중학교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어느 파티에서 경찰을 부른 일로 멜린다는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왕따 신세가 된다. 오랜 친구들은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멜린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학교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쟤가 경찰서에 전화한 애야.”라고 수군거릴 뿐이다. 왕따가 멜린다의 말문을 닫게 했을까. 아니면, 소통이 어려운 부모님과의 관계 탓일까. 사실 멜린다는 자신의 말문이 닫힌 이유을 알고 있다. 왜 자신 속으로 끝없이 침잠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지, 왜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게 됐는지.
그래픽노블 『스피크』는 성폭행 피해자인 멜린다의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단지 즐거운 파티를 망쳤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공공의 적이 돼 버린 탓에 자신의 피해를 당당하게 주장하지도 못한다. 절벽 끝에 몰린 멜린다는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스스로 침묵하고 현실을 외면하고자 한다. 책 전체에 펼쳐져 있는 차가운 흑백의 이미지들은 이처럼 1년 동안 성폭행, 왕따, 실어증 등에 시달리면서 어둡고 우울해진 멜린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일어나면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다. 미투 운동은 201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한 유명 영화 제작자의 성추문을 폭로하기 위해 ‘#MeToo(나도)’라는 댓글이 달리면서 전 세계 소셜 미디어에 널리 퍼져 나갔고, 이를 계기로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스피크』는 ‘미투 운동’보다 훨씬 전에, 여대생 4명 중 1명꼴로 캠퍼스에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당하게 말하세요!”라고 외치면서도,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귀 기울여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마음을 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자세를 갖추고 있는 걸까? 어쩌면 『스피크』는 그동안 진실을 때때로 외면하고 침묵하던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주요 내용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멜린다는 왕따가 되었다. 고등학교 사회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공공의 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참석한 어느 파티에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해 그 파티를 완전히 망쳐 버린 것이다. 그 후, 멜린다는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오랜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전교생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고통스러운 그날의 진실을 스스로 외면하려던 멜린다는 결국 실어증에 걸리게 되고 일상과 학교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간다.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치러야 하는 수많은 싸움에서 과연 그녀는 당당하게 맞서고 또 승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