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보는 날
신 소 담
오늘은 4교시 끝나자마자
‘미나상회’로 간다
울 엄마 이름 따서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미나상회다
엄마는 은행 가시고
내가 계산대에 앉았다
투명 유리 너머 가판대에는
‘천 냥 과자’가 잔뜩 쌓여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과자를 흘끔거리고
나는 계산대 앞 캐러멜 통을 흘끔거린다
캐러멜 한 개 얼른 입 속에 던져 넣고
입술은 꼭 닫으니 혀만 혼자 바쁘다
달콤한 그 맛이
부드러운 그 느낌이
이 사이마다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하나가 다 사라지기 전에
캐러멜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앗!
천 냥 과자 가판대 앞에
아저씨 한 분이 서 있다
입 안에서는 캐러멜이 파티를 하고 있는데
아저씨는 과자 한 봉지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엄마라면
“어서 오세요!”
하고 후딱 뛰어나가
돈 천원 들고 돌아오실 텐데
나는 두 볼 가득 캐러멜 물고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개미 똥꼬만 한 목소리로
“어서 가세요!”
“어서 가세요!”
애썼다
어젯밤 누웠는데
비가 쏴아
장맛비처럼 내렸다
아침 등굣길
물 고인 곳 지나는데
처억!
나뭇잎 하나 내려와
신발 위에 앉았다
저만치 나뭇잎들은
50리터 쓰레기봉투 속에
다글다글 모여 있는데
신발 위 나뭇잎 하나
“난 버려지기 싫어.”
신발을 흔들어도
발걸음을 재촉해도
딱 앉아 있다 껌딱지처럼
얼마나 용을 쓰고 버티는지
얼굴이 온통 빨갛다
“애썼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
살살 달래 국어책 사이에 슬며시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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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소 담 197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백제 무왕』, 『무엇을 말할까?』, 『아무도 모를거야』 등에 그림을 그렸다.
2013년 웹진 <푸른작가>에 동시 ‘이러저러해서’가 추천되었고, 2017년 <푸른동시놀이터>에 동시 ‘등대’ 외 1편이 2회 추천되었으며, ‘영수 할머니’ 외 1편으로 추천 완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