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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간도서] :: 동학농민운동 ::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이들의 처절한 투쟁 [네가 하늘이다] 2019-07-27 00:36:45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꽃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라는 동요입니다

이 노래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실 테죠?

초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도

중학교 시절 문학 시간에도 나왔던 노래인데요

이 노래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동학농민운동(1894) 때에 일본군이 푸른색 군복을 입어 파랑새는 일본군을 뜻하고

전봉준이 녹두장군이라 불리었던 점을 보아 녹두밭은 전봉준 동학 농민군을 상징하고

청포 장수는 백성을 상징한다는 것이 유력하다는 걸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 앞에서 달달달 외웠던 기억나네요

최근 S 본부에서 방영한 ‘녹두꽃’이라는 드라마로

동학농민운동이 다시 관심받고 있지요

동학농민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라고 알려진 드라마를

한 번도 시청한 적은 없지만

그 드라마의 원작이 된 책을 알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초판이 발간되었으나

탁월한 작품임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푸른책들에서 개정판으로 되살려 낸 이후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윤희 작가의 [네가 하늘이다]입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만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동학농민운동을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이윤희 작가의 재해석이 돋보인 [네가 하늘이다] 이야기와

동학농민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제 이이기 지금부터 시작해볼게요^^

사실 제가 이 책의 첫 장을 넘긴 게 3주 전이에요

첫 장을 넘기고 절반까지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순식간에 읽어갔는데

절반 이후부터는 책을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니.. 책장을 넘기기가 무서웠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네가 하늘이다]는

하늘 아래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삼시 세끼 배부르게 먹으며

내가 노력해서 일한 만큼 아니 그 절반만큼이라도

지키며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들이

뺏기고, 억울하고, 억눌리고, 짓밟혔던 그들의 삶을 바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모았던 희망을

같은 사람에게, 같은 동족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하고, 짓밟히고

호시탐탐 침략을 노리는 세력들에게 몰살당하는 전쟁의 현장을

열한 살 은강이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전라도 지역은 땅이 기름져 농사가 잘 되었으나

조선의 농민들은 정부에 많은 세금을 내야 했고

관리들의 수탈도 심했기 때문에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어요

이 무렵 ‘사람은 모두 평등하며 곧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교리를 내세워 전파된 동학은

농민들의 억울한 마음을 크게 흔들었는데요

그러던 차에 전라도 군수 조병갑의 수탈을 참다못한 농민들이

전봉준을 중심으로 고부 관아를 습격해 고부 민란을 일으켰고

관아를 점령한 전봉준은 정부에 대하여 조병갑의 횡포를 시정할 것과

외국 상인의 침투를 금지하라는 등의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결과

정부로부터 폐정을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10여 일 만에 해산했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뀔 거라는 사람들의 희망..

양반도 노비도 없는 세상

보리밥 한 그릇이라도 자식들에게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농민들은 부푼 희망을 가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전봉준이 마을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던 서당에서 배움을 받던 은강이는

농민군이 해산한 후 동학에 참여하지도 농민군에 참가하지도 않은 아버지가

억울하게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고 돌아가시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단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곤장을 맞고, 억울한 마음에 맥없이 목숨을 내려놓는 걸 보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한자락 거들기나 할 것을…” 하며 억울해 하는 마지막 말을 들으며

훈장 전봉준을 찾아 농민군부대로 찾아갑니다

그곳에는 부모를 잃고 떠돌다 일 년에 한번 농사가 시작하는 날

노비에게 나누어주는 떡을 받아먹고 노비가 된 솔부엉이도

주인댁 아가씨를 바라보았다는 이유로 욕을 들어야 했던 갑수도 있었습니다

모두 은강이와 한마을에 살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정부의 시정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부 민란을 조사하러 온 안핵사 이용태가 민란 관련자들을

역적죄로 몰아 혹독하게 탄압하여 동학농민운동 봉기의 원인이 되었지요

조선 정부는 청에게 원군을 요청하여 청나라 군대가 아산만에 상륙하고

조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청나라와 일본 그 어느 쪽이든

조선에 군사를 보낼 시 전쟁의 시작을 의미해서 다른 한쪽에서도 군사를 출병한다는

톈진조약으로 일본도 조선에 상륙합니다

그야말로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된 것이지요

농민군의 2차 봉기는 삼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동학군의 해산에도 불구하고 1차 봉기를 빌미로 조선에 입성한 일본군은 내정간섭을 강화하였고

경복궁에 침입하여 고종을 감금하고, 청·일전쟁을 일으킨 후, 갑오개혁을 강행하였는데

일본의 행태를 전해 들은 전봉준은 일본군 척결을 위해 봉기하였지만

민중봉기가 확산되자 정부는 군을 출병시키고 일본에 출병을 요청하여 동학 농민군을 진압하도록 하였습니다

국왕을 가두고 남의 나라를 빼앗으려는 일본을 내쫓으려 일어난 백성을

도적 놈의 도움으로 진압하다니 정말 무능력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그들의 바람을

무엇이 왜 그토록 잔인한 방법으로 꺾고 죽여야만 했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2차 봉기 당시 가장 큰 역이 있었다는 삼례는 제게도 익숙한 곳이에요

전주가 친정인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다가

부모님의 고향인 전라도로 이사를 간 게 열두 살이었고

터를 잡은 곳이 ‘삼례’입니다

공교롭게도 삼례에 처음갔던 나이가 은강이와 같은 나이였네요

삼례는 지금도 동학농민운동 2차 봉기했던 9월이 되면

농민들이 집결했던 그곳에 빨강 파랑

빨강 파랑 노랑 깃발이 넓은 공터에 휘날려요

대나무로 만든 죽창도 꽂혀있고, 농기구들도 꽂혀있고요

삼례 터미널 부근인데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 깃발을 보면서도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제 올가을부터 다시 그 깃발들을 보게 되면

마음이 참 아플 것 같다는..

120여 년 전 그분들께 참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친정집은 농민군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 전주성을 향해 총을 쏠까 두려워

감사 김문현이 성 밖 백성들의 집에 불을 질렀던 그 동네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도 용머리고개라는 지명이 남아있는 그곳

전주성은 따로 남아있지 않지만 서문이라는 지명도, 풍남문도 남아있는 그곳은

한옥마을이라는 관광지로 변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되었는데

그곳이 농민군들의 피로 물들었던.. 처절했던 역사적인 곳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우금치 전투에서 농민군은 관군 토벌대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 하루 동안 죽은 농민군은 이천육백 여명

토벌군 사상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관군 토벌 대장은 보고문에 그날의 노획품을 이렇게 썼습니다

총 15자루, 환도 9자루, 창 42자루, 탄약 2짐, 깃발 10여 폭

이천육백 여명의 농민군들이 가지고 있던…

신식 조총과 화약과 폭탄에 대항했던 무기들입니다

맨몸으로 죽음과 맞섰던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죽음도 두렵지 않게 만들었을까요?

마흔한 살의 전봉준과 열두 살의 은강이는 관군에게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종로통에서 목을 베어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내 피를 뿌려달라 마지막 말을 남기고

법무대신은 개인적으로 당신들의 죽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당신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명복을 빌어줍니다

그리고… 은강이…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왜 전쟁터에 끼어들었냐고 비아냥대는 일본 영사의 질문에

은강이는 조선 천지에 전쟁터가 아닌 곳이 없어서 라고 대답합니다

피하려고 했으면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피할 수 없었…

왜? 부모님이 계시지 않나? 돌아가셔…..

일본 영사는 간악하고 야비한 목소리로 은강이에게 잘못을 빌면 용서해주겠다 말합니다

너는… 어리니까… 잘못했다고 말하면 저 문을 걸어서 나갈 수 있게 해줄게!

일본 영사는 웃으며 방문을 활짝 열고 열을 셉니다

은강이는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아도 열린 방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끓여주는 소고기 국물에 미역이 잔뜩 들어간 미역국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던 솔부엉이 얼굴이

너무나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자식만은 개백정 소리 듣지 않는 세상에서 살게 해주겠다던 막동이 얼굴이

생때같은 자식을 둘이나 모래밭에 생매장 시켜야 했던 끝돌이 아버지 얼굴이

소 대신 쟁기를 끌던 여자아이의 목에 도드라졌던 파란 실핏줄이 똑똑히 보였습니다

‘잘못했다고? 우리가?’

은강이는 천천히 눈물 젖은 눈을 들어 일본 영사와 눈을 마주칩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은강이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아니, 끝내 뜨지 못했습니다

원해서 뛰어든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피할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었지만 사람으로 살지 못했던 세상,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이름조차 가지지 못했던 삶

돌아갈 곳이 있었다면… 보호해 줄 사람들이 남아 있었더라면…

소 한 마리 값에 열 명의 노비를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더라면…

평생 소를 키웠지만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고기를 먹어보지 못하는 억울함이 없었더라면…

배가 고파서 노비들만 먹는 떡을 받아먹고 노비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고작 열한 살의 은강이가… 농사밖에 모르는 농민들이 전쟁터에 나설 일을 없었을 테지요

지금도 금수저, 흙 수저로 나뉘고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는 세상이지만

삼시 세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노력하면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혁명이라 불리지도 못하고 ‘동학농민운동’이라 불리지만

당신들이 이루고자 했던 세상을 기억하겠습니다

이 땅의 개혁이 그대들의 손에서 시작 되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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