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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아! 깜짝 놀라는 소리' 자연의 모든 것이 감탄의 대상이 되던 그때를 떠올리며~ 2022-02-04 15:39:23

어렸을 때 동네 마을 회관 앞에 뻥튀기 아저씨가 찾아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옥수수나 쌀, 콩 등의 곡물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건너편엔 동네 아이들이 언제쯤 뻥~ 튀겨져 나올까를 기다리고 있고는 했습니다. ‘뻥!’ 터지는 소리는 무섭지만, 금방 나온 뻥튀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이길 수는 없었답니다. 고대하던 ‘뻥!’ 터지는 소리와 ‘아~ㄱ!’ 하고 놀라는 아이들의 소리가 동시에 들렸습니다. 동시집 ‘아! 깜짝 놀라는 소리’ 표지를 보자마자 뻥튀기를 기다리던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봄에 꽃이 피는 것을 볼 때도, 여름에 물놀이를 하다가 작은 물고기를 보려고 물속으로 얼굴을 들이밀 때도, 가을에 벼 사이를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러 다닐 때도, 겨울에 장독대 위에 쌓인 하얀 눈을 살포시 떠서 입에 넣을 때도 ‘와!, 아!, 우와!’하는 감탄사를 정말 많이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감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지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는데, 아이들을 웬만큼 키우고 나니 다시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는 어느 날에 나무 가지 위로 뾰족 솟아나온 작은 잎을 보면, 절로 ‘아!’ 하는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저자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심코 토해 냈던 탄성들이 내 마음에 울림으로 남아 있다가 한 장의 그림이 되고 몇 마디의 노래가 되었던 것입니다.” 라며 ‘아!’ 소리가 시를 태어나게 하는 첫 마디였다고 말합니다. ‘아! 깜짝 놀라는 소리’는 1부 ‘물방울 물방울 물방울 눈들’, 2부 ‘푸르른 그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3부 ‘꽃들에게 가서 그 얼굴 좀 보여주렴, 4부 ‘야, 저어기 음표 하나가 돌아다닌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51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2016년에 펴냈던 시집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펴낸 개정판으로 이 시집에 실린 <공 튀는 소리>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신형건 시인의 동시 중에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이 참 많습니다. 보랏빛 고운 꿈을 담은 ‘제비꽃’은 정말 좋아하는 동시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선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은 모습을 ‘제비꽃 납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는데요. 꽃을 피운 제비꽃을 보고 입양해 온 꽃이라며 자랑하는 아빠에게, 제비꽃에게 물어보았는지 의문을 표하며 납치가 분명하지만, 차마 말은 못하고 꾹 참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른 봄 남산을 산책하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꽃이기도 한 제비꽃, 그때 한 번쯤 우리 집에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차마 못하고 온 적이 있었기에, 괜스레 뜨끔했습니다.

제비꽃 납치 사건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중략)

마침 휴일이라 집에 놀러 온 이모한테

내가 입양해 온 꽃인데….”

어쩌고저쩌고 어린애처럼

자랑이 한창이다.

, 입양? 입양이라고?

아빠는 제비꽃에게 물어보았을까,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가서 함께 살겠느냐고.

그러지 않았다면, 이건 입양이 아니라

납친데, 납치가 분명한데.”

나는 아빠에게 한번 따져 물으려다가

괜한 심통을 부린다고 할까 봐

꾹 참았다.

! 깜짝 놀라는 소리~

 

 

만약에 제비꽃에게 가족이 있었다면 얼마나 슬퍼했을까 싶습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으니까요. 자연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있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수많은 제비꽃들이, 수많은 나무들이, 수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흔한 시대에, 아이들의 마음으로 자연을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얼마나 많은 사과를 해야 할까요.

 

빨간 띠를 두른 나무들

지금, 이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누가 써 붙여 놓았을까?

빨간 띠를 두른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둥치에

흰 종이 한 장이 가지런히 붙어 있다.

그 옆에 나란히 줄지어 선

나무들마다 똑같이 빨간 띠를 두르고 있다.

, 사형 선고를 받은 나무들이란다.

며칠 전 시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측량을 하고 말뚝을 박느라 분주하더니만

공원 길가 쪽 나무들을 골라 그런 표시를 했단다.

찻길을 넓히려면 다 잘라 내야 한단다.

수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온 나무들은

어디로 이사도 못 가고 하루아침에

싹둑 잘려 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한단다.

나무들에게 그토록 잔인한 판결을 내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중략)

지금, 이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중략)

! 깜짝 놀라는 소리~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에게 이사를 가라는 것도 미안하건만, 그것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삶을 내려놓으라니, 어른들은 알까요? 그 나무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건 비단 나무들뿐 아니라 동물들도, 때로는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들의 아픔은 누가 보듬어 주기나 하는 걸까요?

저자는 물어봅니다. 그렇게 나무를 잘라 내는 사람들은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본 적은 없는 것인지, 새순이 돋는 나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 적은 없는 것인지, 뜨거운 볕을 피해 서늘한 그늘로 숨어든 적은 없는 것인지…., 이제는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밥과 건전지

학원 늦지 않게

빨리 먹어라.”

엄마가 재촉할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건전지를 끼우고 있다는

생각.

잠시라도

멈추게 될까 봐,

엄마가 내게 매일매일

새 건전지로 갈아 끼우고 있다는

생각.

! 깜짝 놀라는 소리~

 

 

요즘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른들은 퇴근하면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데(물론 아닌 분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얼른 이른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거나, 학원에 갔다 와서 늦은 저녁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도서관에 갔다 오는 길에 초등학생 두 명이 걸어가면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날도 추운데, 걸어가면서 컵라면이라니?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시선으로 두 아이의 모습은 너무 짠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며 컵라면을 먹으며 제 옆을 지나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우리 집 두형제는 너무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밥을 먹는 것이 엄마가 매일매일 새로운 건전지를 끼우고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는 없겠지요?

 

아직 날도 춥고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봄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집니다. 바쁜 중에도 한 번쯤은 계절의 바뀜을 느낄 수 있기를, 연초록 새싹이 겨울 추위를 이기고 삐죽 나오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감탄의 대상이 되었던 그때 그시절, 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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