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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곳과 저 곳 사이 [머물다] - mongline 2021-07-27 23:05:09

<머물다>

루이스 스론헤임 글 |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이지수 옮김 | 에프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서 낯선 곳으로 가게 되는 때가 있다. 보통은 기분 전환을 위한 여행일 경우가 많지 않을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는 갑자기 나만의 시간을 원하기도 하고, 또 막상 혼자 있으면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여기 낯선 여행지에 한 여자가 있다. 분명히 출발은 혼자가 아니었다. 둘이었는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에 있을까.

여자의 옆에는 남자가 있었다. 모든 것에 완벽한, 늘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움직이는 성향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어느정도 이들이 함께 지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년 이상이고, 서로 믿음이 있고, 가족들과도 교류를 하고, 또 무엇보다도 아이까지도 생각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여자와 남자는 일상에서 벗어나 6시간 정도 차를 타고 휴가를 왔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너무 멀지도 또 그리 가깝다고 할 수도 없는 바닷가로 왔다. 도착해서 숙소를 찾으려고 내렸는데 예상치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여자의 손을 잡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인해 휴양지는 떠들썩해진다.

여자는 이 상황에 당황스럽지만 아직은 피부로 절실히 느껴지는 바는 없는 것 같다. 장례절차를 따르는 대신, 남자가 수첩에 세세하게 하나씩 적어 놓은 일정을 따르며 이곳에 머무르기로 한다.

머무름.

어떤 곳에 머무른다는 것은 그곳을 더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나의 머무름은 그랬던 것 같다. 집에서의 머무름, 여행지에서의 하루 더 머무름, 숨어들어간 곳에서의 머무름, 모두가 다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 여인의 머무름은 어딘가로 다시 떠나기 위한, 그리고 어딘가로 보내기 위한 머무름이라고 느껴졌다. 주어도 목적어도 정확하게 쓰지 않은 이유는 누가 어디로 떠나는 것인지, 누구를 어디로 보내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자의 마음 속에 있는 또 다른 무엇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픽 노블이기에 글이 많지는 않다. 약간의 대화정도가 나온다. 모든 것은 표정과 그림으로 알 수있다. 내가 그저 느낄 따름이다.

왁자지껄하고 웃음과 음악과 다양한 소리가 오가는 휴양지에서 단 하나 차분한 그림자가 있다. 이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 여자를 따라다니며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는 것, 또 갑자기 깨달음의 순간이 왔을 때 내 내면이 단단해져야만 이겨낼 수 있다는 것.

한명의 이방인이 더 등장한다. 이방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이 사람은 여자의 아픔을 안타까워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착한 사람이다.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관광객일 뿐이에요.” _p.108_

“건배! 어쩌다 마주쳤고, 앞으로 결코 볼 일 없는 두 이방인을 위해.”

“난 당신을 위해 건배했어요. 당신은 그렇게 버려져선 안 될 사람이에요.” _p.110_

“모든 건 자신에게 달린 거예요. (…) 우리는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통해 성장하죠.” _p.112_

삶을 마주하는 방식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다.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은 그르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죽음이더라도) 삶에 대해서 생각 할 수 있는 받아들이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운을 많이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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