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독일문학 작가이자
항일 독립운동가였던 이미륵의 대표적인 자전소설
2008년 11월 14일, 한독 수교 125주년을 맞아 한국 서울방송사(SBS)와 독일 바이에른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가 방송되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 여름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원작은 이미륵 작가가 독일어로 쓴 동명의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생전에는 고국의 독자들에게 그가 쓴 아름다운 문장 한 줄 읽히지 못했으나, 6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 뮌헨 근교 그레펠핑의 차가운 무덤 속에 누워 같은 피를 가진 한국인들에게 이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작가 이미륵은 누구인가.
1899년 황해도 해주 만석꾼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 3학년 때 3ㆍ1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상하이에 머물며 임시 정부 산하 대한적십자회 십자대 회원으로, 대한민국 청년 외교단 편집원 편집부장으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가. 이후 독일로 망명하여 독일 대학에서 의학, 동물학, 철학, 생물학을 공부하고 이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나,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 등을 가르치며 독일어로 작품을 썼던 독일문학가. 이국땅 독일에서 독일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독일 최초의 한국 문화 대사’라는 별명을 가진 동양인 작가. 그러나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돌아갈 곳도, 더 이상 갈 곳도 없이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 그는 광복 이후에도 고국의 흙을 만져 보지 못하고, 6?25가 발발하기 석 달 전 위암으로 타계하여 결국 독일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10여 년 만에 그의 작품이 한국어로 처음 번역되면서 드디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를 사랑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국적으로 독일에 살면서, 독일문학사의 한 면을 장식하였다.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였기에 독일문학에 속하지만, 작품 속에는 이국의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한국의 혼이 살아 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압록강은 흐른다』는 그러한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정수로 손꼽히는 자전소설로, 출간 후 독일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항일 독립운동가였던 이미륵의 대표적인 자전소설
2008년 11월 14일, 한독 수교 125주년을 맞아 한국 서울방송사(SBS)와 독일 바이에른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가 방송되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 여름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원작은 이미륵 작가가 독일어로 쓴 동명의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생전에는 고국의 독자들에게 그가 쓴 아름다운 문장 한 줄 읽히지 못했으나, 6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 뮌헨 근교 그레펠핑의 차가운 무덤 속에 누워 같은 피를 가진 한국인들에게 이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작가 이미륵은 누구인가.
1899년 황해도 해주 만석꾼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 3학년 때 3ㆍ1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상하이에 머물며 임시 정부 산하 대한적십자회 십자대 회원으로, 대한민국 청년 외교단 편집원 편집부장으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가. 이후 독일로 망명하여 독일 대학에서 의학, 동물학, 철학, 생물학을 공부하고 이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나,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 등을 가르치며 독일어로 작품을 썼던 독일문학가. 이국땅 독일에서 독일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독일 최초의 한국 문화 대사’라는 별명을 가진 동양인 작가. 그러나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돌아갈 곳도, 더 이상 갈 곳도 없이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 그는 광복 이후에도 고국의 흙을 만져 보지 못하고, 6?25가 발발하기 석 달 전 위암으로 타계하여 결국 독일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10여 년 만에 그의 작품이 한국어로 처음 번역되면서 드디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를 사랑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국적으로 독일에 살면서, 독일문학사의 한 면을 장식하였다.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였기에 독일문학에 속하지만, 작품 속에는 이국의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한국의 혼이 살아 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압록강은 흐른다』는 그러한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정수로 손꼽히는 자전소설로, 출간 후 독일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피폐해진 독일인들의 마음을 울린
어느 한국인의 낙원 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
『압록강은 흐른다』는 1946년 출간 직후 유럽 신문에 100여 편에 달하는 서평이 실렸고,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 초판은 매진되었고, 독일 문단은 ‘이미륵’으로 술렁였다. 10여 가지 언어로 번역되고, 독일 김나지움 국어 교과서에 부분적으로 실리기도 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피퍼출판사에서 처음 펴낸 책으로, 피퍼출판사 사장은 자신이 출간한 책들 중 가장 훌륭한 책들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은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던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나치 정권 하에 있던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의 황폐해진 삶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그들이 잃어버린 ‘낙원’의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었을까. 그때 이미륵의 포근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문장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독일인들이 되찾고 싶었던 평온한 삶의 한 자락이 머나 먼 동쪽 나라에서 보낸 어느 동양인의 어린 시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전후 독일인들에게 ‘위로’이자 ‘보상’이었던 『압록강은 흐른다』는 그렇게 독일인들의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 몇몇 국내 출판사에서 발간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독문학 박사이며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이옥용 씨가 좀 더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여 작품의 느낌과 의미를 고스란히 되살려 냈다. 이미륵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는 독일인들이 느꼈던 ‘포근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문장’의 맛에, 이미 작품을 읽어 본 독자는 다른 번역본에서 읽지 못했던 더욱 촘촘한 번역문의 맛에 젖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
다섯 살 미륵은 사촌 형 수암과 함께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함께 한학도 공부하고, 서예를 배우며 바지에 온통 먹물을 들이기도 하고, 몰래 꿀을 훔쳐 먹거나 연을 만들다 들켜 호되게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달이 밝은 밤, 마당 한쪽에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얻어 마신 술 몇 잔에 취해 어머니 앞에서 귀여운 주정을 부리기도 한다. 고을 근처의 절이나 관청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은 미륵의 유년 시절을 더욱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그러면서 미륵은 조금씩 자라 신식 학교에 다니며 서양에서 건너온 학문의 세계에 빠지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의 소년 시절에는 쉼표가 찍힌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시 공부에 매진하여 의학 전문학교에 진학한 미륵은, 3?1운동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중국으로, 다시 독일로 망명한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짙은 향수에 시달리던 미륵은 고향에서 온 첫 소식으로 어머니의 부고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