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상상력과 숨결을 불어 넣어 ‘새로 쓴’ 옛이야기
옛날이야기는 흔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들을 말한다. 우리가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듣던 옛날이야기는 조상 대대로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전해져 온 것이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과정에서 특정 부분을 보태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듬어졌다. 그러니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은 수많은 이들의 공동창작의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공동창작이라는 과정은 단절된 상태다. 현대에는 여러 사람의 구전(口傳)으로 옛이야기들이 생명력을 이어 간다고 보기 어렵다. 현대의 옛이야기들은 대개 <구비문학대계>와 같이 누군가에 의해 채록된 설화집의 작품들을 발췌해 현대어로 단순히 리라이팅 하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린이용 옛이야기책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고유한 문체가 가미되어 새롭게 탄생된 옛이야기도 드물다.
동화작가 박윤규의 『호랑이 똥은 뜨거워』에 수록된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그런 점에서 기존의 어린이용 옛이야기와 확연히 구분된다. 작가는 <어우야담>과 같은 민담집에서 가려 뽑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작가의 상상력을 첨가하고, 작가만의 고유한 문체로 다시 다듬어 전혀 새로운 옛이야기로 탄생시켰다. 민담을 모티프로 하되 작가의 창작 의도를 뚜렷하게 반영하여 창작동화에 가까운 새로운 옛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조상들의 웃음 속에 숨은 사랑과 지혜
“대개 옛날이야기들은 ‘누가누가, 그랬다더라.’ 는 식으로 아주 먼 곳의 이야기처럼 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호랑이 똥은 뜨거워』 속의 주인공들은 단순한 전달자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털어 놓듯 생생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주인공의 육성으로 듣는 듯한 실감나는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기존에 알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또한 독자들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거나 주인공의 편이 되어 이야기 속에 동참하면서 함께 울고, 함께 웃게 된다. 조상들이 남긴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묻어나는 우리 고유의 재치와 해학은 어린이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깨달음을 안겨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