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설이 생생한 현실로! -‘돌배’와 함께 새로 태어난 <금척설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9대 기적 중 하나이고, 세계 유일의 부처님 손가락뼈 사리 ‘불지사리’가 우리 나라에 공개될 예정이라 하여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그 보다 이전에 경북 구미에 소재한 쌍룡사 주지 스님이 자신이 소중하게 보관해 오던 유물을 세상에 공개했다는 기사가 났다. 세상의 모든 이목을 끄는 ‘불지사리’도 아니고 스님이 공개한 유물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기삿거리가 된 것일까. 쌍룡사 주지 스님이 공개한 유물은 바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하늘로부터 받은 금척(금으로 만든 자)이라는 것이다.
오미경의 『금자를 찾아서』에도 나오고 있듯이, 이 ‘금자’에 대한 발상은 『삼국유사』에 수록되어 있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봤을 법한, 혹은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 <금척설화>에서 출발한다. 전설 속 신라의 금자는 병이 든 사람을 재면 병이 나을 만큼 신비한 자로 소문이 퍼져 당시 한나라 사신이 금자를 빌리려고 한다. 하지만 신라는 그 금자를 훔쳐 갈까 봐 경주시 건천읍 금척리(지금의 경주 금척리 고분군) 부근에 가짜 무덤 수십 개를 만들어 어딘가에 묻어 버렸다고 전해 오고 있다. 작가는 이 <금척설화>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빌려 왔을 뿐이다. 작품 속 주인공 ‘돌배’는 작가가 새로 탄생시킨 인물이며, 작품 속에서 돌배가 겪는 모든 일들 또한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일으킨 사건들이다. 즉, 기존의 옛이야기책들처럼 단순한 리라이팅 과정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창작 의도를 뚜렷하게 반영하여 새로운 창작동화, 새로운 옛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이다.
주요 내용
돌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 사건을 일으키는 이름 난 말썽꾸러기다. 그 날도 어김없이 힘이 약한 막동이와 한바탕 싸우는 돌배를 보고, 훈장님은 아이들에게 죽은 사람도 살려 낸다는 신라 시대의 금자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를 마친 훈장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돌배는 단짝 용이와 함께 몰래 서당을 빠져나와 온갖 짓궂은 장난을 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집에서 돌배를 기다리는 것은 나무를 해 오다가 쓰러져 의식을 잃은 어머니와 두려워 울고 있는 동생 달래다.
돌배는 말썽만 부리던 자신을 탓하다가 훈장님이 해 주신 금자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무작정 금자를 찾으러 떠난다. 그리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어렵게 금자가 묻혀 있는 무덤에 도착한다. 무덤가에서 깜박 잠이 든 돌배는 계시 같은 꿈을 꾸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 신기하게도 꿈 속에서 보았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그 덕분에 금자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금자를 찾아가지고 돌아오는 길 역시 순탄치 못한 여정들이다.
돌배는 의식을 잃고 산 속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정성껏 돌봐 준 덕구와 덕구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덕구네 집에 들르지만 덕구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덕구는 금자로 자기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딱 한 번만 금자를 사용하겠다고 한 약속과 집에 누워 있을 어머니 생각에 덕구를 뿌리친다. 그러던 중에 금자를 입에 물고 도망가던 돌배의 개 제비는 개울물에 금자를 빠뜨리고, 겨우 금자만 건져 내고 죽고 만다. 돌배는 제비의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다시 덕구네 집으로 되돌아가 덕구 어머니를 살려 낸다. 그러고 나서 죽은 제비를 덕구에게 맡기고 황급히 집을 향해 떠난다. 한편, 돌배의 부탁대로 제비를 묻어 준 덕구는 제비의 무덤 근처에서 산삼을 발견하고, 그 산삼을 캐서 돌배 뒤를 따라가 돌배와 함께 돌배네 마을로 간다. 마을에 도착하자, 달래는 기적적으로 어머니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안고 돌배를 향해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