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끈질기게 살아남은 개 이야기! -『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개정판 출간
동화집『나보다 작은 형』(푸른숲, 2001), 패러디 동화집『상어를 사랑한 인어 공주』(푸른책들, 2004) 등의 작품에서 독특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문체를 선보인 바 있는 임정진 작가의 장편동화『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푸른책들, 2009) 가 초판 발행 후 7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어린이 독자들을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8~9년 전, 개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들이 한때 유행적으로 어린이책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출간된 수많은 동화들이 단기간에 큰 호응을 얻다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유독 임정진 작가의『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가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수많은 책들이 개를 주인공으로 단지 사랑스럽게만 그려 냈다면, 임정진 장편동화『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러시아(구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 를 타고 사람보다 먼저, 그리고 동물 중에서 최초로 우주에 보내진 아주 특별한 개 ‘라이카’ 를 등장시켜 사람들의 욕심으로 희생된 개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은이의 말’ 에도 언급했듯이 “행복한 개들이 사는 세상은 사람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에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신비로운 모습으로 우주에서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한 개, 라이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독자들은『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 개정판을 통해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별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듣게 될 것이다.
외로운 개 라이카와 참다운 개 학교 이야기
우리는 흔히 개들이 생각할 줄도 모르고 공부도 할 줄 모른다고 여긴다. 이유도 없이 운동화를 물어뜯거나 화단을 파헤치고 있는 개를 보면 아무래도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따금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한 자리에서 거성거니는 개를 볼 수 있다. 그럴 때 개들은 분명히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 주인은 내가 아무 생각도 없는 줄 아는군.’ 하고 우리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나도 학교에 가고 싶다.’ 는 것 일 수도 있다.
『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에서 동물의 눈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냉혹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동물과 사람의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물의 세계보다 더욱 냉정하고 엄혹한 논리로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가르곤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인 개들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태도를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이 동화를 읽는 독자들은 개들이 꿈꾸는 ‘참다운 개 학교’ 이야기에 공감하며 동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동물의 시각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사람과 동물이든, 사람과 사람이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 동화는 모든 생명이 가진 가치를 일깨워 주며, 하찮아 보이는 대상이라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독자들은 엉뚱하고 기발한 개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할 기본적인 이해와 배려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