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의 떡잎 같은 작품들
이 책에는 일곱 작가가 공들여 쓴 중ㆍ단편동화 일곱 편이 함께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작가들의 개성적인 숨결을 느끼며 흥미로운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지난 1년 간 수많은 작가들이 여러 잡지, 동인지, 앤솔러지, 신문 등에 발표한 수백 편의 중ㆍ단편동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만을 골라 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웹진 <동화읽는가족>에서는 한 해 동안 우수한 중ㆍ단편동화를 발표한 작가를 격려하고 독자들과 그 열매를 함께 나누고자 ‘올해의 작가상’을 마련하게 되었다.
호흡이 긴 장편동화와 달리 짧은 분량에 압축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ㆍ단편동화는 그 나름대로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장편동화를 우선적으로 펴내는 출판 분위기에 밀려 중ㆍ단편동화를 모은 동화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의 작가상’에는 앞으로 우리 작가들이 더욱 다양한 중ㆍ단편동화를 꾸준히 써 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그리하여 권정생 동화집 『하느님의 눈물』, 정채봉 동화집 『오세암』, 이금이 동화집 『영구랑 흑구랑』과 같은 우리 아동문학의 고전이 계속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동화를 발표한 지 10년 이내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 작가들은 대부분 최근 2~3년 동안에 등단한 새로운 작가들이다. 더욱이 두 명의 작가는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데뷔작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모두들 새로운 작가답게 새로운 형식에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유사 이래의 부흥기라는 아동문학 동네는 어느 결에 고개를 쳐든 위기론에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부흥기를 성장기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견작가들의 완숙미가 넘치는 작품도 있어야겠지만 실험과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젊은 작품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 같은 작품들이 있다.
● 김기정 중편동화 「두껍 선생님」 (창비어린이, 2006년 봄호)
● 김민령 단편동화 「견우랑 나랑」 (동화읽는가족, 2006년 봄호)
● 김영혜 단편동화 「수선된 아이」 (아침햇살, 2006년 봄호)
● 이용포 단편동화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 (창비어린이, 2006년 겨울호)
● 정은숙 중편동화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동화읽는가족, 2006년 봄호)
● 조영희 단편동화 「책을 돌려주세요」 (서울신문 2007년 신춘문예 당선작)
● 진은주 중편동화 「천타의 비밀」 (동화읽는가족, 2006년 여름호)
주요 내용
김기정의 「두껍 선생님」은 독특한 개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으며 해학과 능청스러움이 돋보인다.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 낸 새로운 공간과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저마다 다른 상상력을 펼치게 해 준다. 사실적인 생활동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동문학의 세계를 넓히고 풍요롭게 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작이다.
김민령의 「견우랑 나랑」은 가난과 소외의 그늘에 내버려진 주인공의 심리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어른들에게 보호 받지 못한 채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관마저 희미해지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아프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동화 속의 일이 현재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김영혜의 「수선된 아이」는 이미 많은 동화에 나오는 ‘따돌림’이라는 제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자아인 ‘수선된 아이’를 내세워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고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야말로 상처 회복의 시작이라는 주제를 사실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스레 보여 주고 있다.
이용포의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에는 현대 사회의 가족 구성이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쓸모없는 존재로 밀려난 노인이 등장한다. ‘버럭 할배’라고 불릴 만큼 괴팍한 모습 속에 감추어진 외로움과 쓸쓸함을 알아차리는 건 아이들이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동화를 징검다리 삼아 세대 사이에 놓인 거리를 성큼성큼 좁혀 노인들의 다정한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정은숙의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도시 변두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드라마 촬영 현장이 배경이다. 유쾌하고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진 사람들의 심리를 따라 읽다보면 때로는 재미있어 배를 잡고 웃기도, 때로는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할 것이다.
조영희의 「책을 돌려 주세요」는 책을 좋아하는 진서가 도서관 화장실에서 도깨비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깨비는 진서가 태어나기 전의 날짜와 책 주인의 이름이 있는 책들이 가득한 헌책방으로 진서를 데리고 간다. 현실과 상상, 옛 것과 현대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독자들을 의심이나 망설임 없이 그 세계로 성큼 들어서게 만든다.
진은주의 「천타의 비밀」 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주인공이다. 큰 사건이나 갈등이 없는 잔잔한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천진스러우면서도 실제적인 주인공의 매력 덕분일 것이다. 장애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모와 공원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아이에게까지 두루 미치는 작가의 따뜻한 눈길은 독자의 마음까지 데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