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름
지난 2015년,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진 속에는 세 살 난 어린 아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터키 해안가에 놓여 있었다. 이 시리아 소년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가족들과 함께 터키를 떠나 그리스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들이 올라탄 고무보트에는 정원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파도가 거세지자 배가 뒤집히면서 쿠르디 뿐만 아니라 엄마와 형까지 모두 죽고 말았다. 쿠르디 가족은 전쟁을 피해 고향 시리아를 떠나 터키로 건너갔지만, 힘든 생활을 견디다 못해 다시 길을 떠난 참이었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가 아니라 독일이었고, 유럽에 가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시작된 위험천만한 여정은 안타까운 비극으로 끝나 버렸다. 이 사건은 그동안 선진국들이 외면하고 있던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쿠르디의 죽음에 세계가 주목한 이후, 난민 문제는 얼마나 해결되었을까? 작년에는 겨우 생후 16개월 된 로힝야족 난민 아기가 폭격으로 숨진 사진이 공개되면서 ‘제2의 쿠르디’로 또 한 번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최근 미얀마에서는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이 학살당한 ‘인종 청소’가 일어나면서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제2의, 제3의 쿠르디 소식은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희생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너라면 무엇을 가져가겠니?
너라면 얼마나 오래 걸을 수 있겠니?
어느 날, 엄마가 말한다. “얘야, 우리는 여기를 떠나야 한단다. 우리 마을은 너무 위험해.” 그렇게 해서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길을 떠난다. 정든 집과 친척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이미 엉망이 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을 떠나, 걷고 또 걷고, 걷다가 멈춰 서고,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또 다시 걸어야 하는 먼 여행을 시작한다.
『내 이름은 난민이 아니야』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어디서 끝날지 알 수 없는 서글픈 여정을 아이의 눈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아이가 난민이 된 이유, 전쟁이 일어난 이유, 어른들의 사정 같은 건 아이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어서 네 가방을 싸야 해. 하지만 명심하렴.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갈 수 있단다.”라는 말에 짐을 싸고 보니, 하루아침에 낯선 세상에 와 있다. 때로는 와글거리는 사람들 무리에 섞이고, 때로는 엄마와 단둘이 격리된 시간을 보낸다. 태어나 처음 보는 물건들에 호기심을 느끼고, 낯설고 불편한 장소에서 힘겹게 잠에 들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듣고,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음식들을 먹는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책 밖의 우리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라면 무엇을 가져가겠니? 너라면 얼마나 걸을 수 있겠니? 너는 예전에 살던 집이 그리웠던 적이 있니? 대답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은 평범한 질문들이다. 그러나 그 답을 골똘히 생각해 볼 때면 우리는 ‘난민’이라고 불리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게 된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자신이 ‘난민’이라는 슬픈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치 않는다. 편견 가득한 눈길 대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길 원한다. 다시금 정겨운 이름으로 불리기를 소원하고, 또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바란다. 『내 이름은 난민이 아니야』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그림책이다.
먼 나라, 딴 세상의 이야기일까?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난민 문제를 딴 세상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내전과 난민의 역사가 있다. 6.25전쟁 당시 발생한 난민은 600만 명에 이른다. 외국으로 망명하는 경우 말고도 자신의 터전을 잃고 나라 안을 떠도는 피난민 역시 난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수백 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던 시기는 이제 막 국제연합(UN)에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이 채택된 직후였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은 우리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 왔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한국 난민을 도운 나라 중에는 시리아도 있었다.
또한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처럼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지금, 난민은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인정과 처우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받을 것이다. 『내 이름은 난민이 아니야』는 난민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임을 알려 주는 동시에, 이 이야기가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모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단 사실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한다.
아이들에게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회탐구 그림책> 시리즈는 세계를 보는 넓은 시각을 열어 줄 그림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성숙한 세계 시민으로 자라나길 염원하며, 『내 이름은 난민이 아니야』가 지금도 어렵게 삶을 이어 가고 있는 난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