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고통 받는 아이들
지난 4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사이버, 전화, 면접 상담한 결과를 보면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형태는 집단 따돌림(35.9%)이었고, 그 다음이 신체 폭행(26.5%)으로 나타났다. 학교 폭력 피해기간을 보면 2회 이상 ~1년 이내가 41.9%로 가장 많았고, 1회성은 29.6%, 1년 이상은 18.9%였다. 학교 폭력이 이루어지는 곳은 학교 내(內)가 67.9%,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동년배가 67.2%로 가장 많았다.
이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학교 폭력 유형 중 집단 따돌림과 신체 폭행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상당수 학교 폭력이 교내에서 또래 집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폭력을 당한 학생 중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학생은 단 6%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알려 봤자 아무런 해결책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데 해결의 실마리는 도무지 찾아지지 않는다.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푸른책들, 2006)은 이런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의 문제를, 피해자 아이의 마음과 눈을 통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장편동화이다. 현직 초등 학교 선생님인 송재찬 작가는 예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충격적 사건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그렇지만 학교의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충격적이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일들이 특이한 일도, 놀랄 일도 아니라는 듯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위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아이들, 자신이 당하는 것이 무서워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일에 어느새 말려들고 마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동화에서 송재찬 작가는 섣부른 위안이나 성급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많은 동화들이 상투적인 해피엔딩을 통해 독자인 아이들을 안심시키려 들지만,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에서는 끝까지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대한 해법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따돌림과 폭력으로 인해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면서도 따뜻하게 감싸 안으려는 태도이다.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전율하고,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아파하는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겪으면서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따뜻한 이해에 도달하리라 여겨진다.
주요 내용
‘늑대’라 불리는 기태와 그를 따르는 패거리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동균이는 끊임없는 심리적 압박과 공포에 시달린다. 기태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고 자기 패거리를 동원하여 집단 따돌림과 폭력을 주도하면서 교실 안팎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심한 공포와 자기혐오가 뒤범벅이 되면서 동균이는 점점 더 심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더욱이 집중적인 집단 따돌림과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는 대상이 승호라는 친구이며, 머지않아 자신으로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공포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승호가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함으로써 그 공포는 극에 달한다.
늑대 패거리에게 폭력을 당한 승호가 며칠째 결석하자 동균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선생님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엄습해 오는 공포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결국 동균이는 피해자인 승호에게 ‘왜 계속 당하기만 하고 선생님에게 이를 생각을 안 하느냐?’고 추궁한다. 그러나 피해자인 승호는 자신의 치욕스런 처지를 친구에게 낱낱이 폭로 당하자 심한 수치심과 모멸감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그리고 동균이에게서 멀어져 간다.
친구에 대한 연민과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시달리던 동균이는 마침내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서 아무도 몰래 출석부 사이에 끼워 넣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국 늑대 패거리에게 걸려들어 폭력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다음 날, 동균이는 늑대 패거리가 주도하는 생일잔치에 초대된다. 어제의 고통과 분노와 수치심마저도 순식간에 다 떨쳐 버리고, 늑대 패거리에 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달려간다. 그렇지만 동균이는 생일잔치 자리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도둑으로 몰리기까지 한다.
결국 동균이는 승호처럼 앓아눕고, 그 사이 편지를 발견한 선생님에 의해 늑대와 그 패거리가 행한 집단 따돌림과 폭력이 밝혀진다. 그러나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오진 못한다. 동균이는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되지만 이미 승호와 늑대는 전학가고, 담임선생님도 학교를 떠난 뒤였다. 동균이는 자신이 피해자이며 또한 가해자였다는 걸 느끼며 괴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