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숙인 역사소설 <화랑 바도루> 출간!
최근 국내외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소설 출간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강숙인 역사소설 『화랑 바도루』의 출간은 우리 청소년 소설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한몫 하리라 여겨진다. 그 동안 청소년을 독자로 한 소설들이 주로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짙게 반영된 회고조의 성장소설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역사적인 사실과 한 개인의 내면성장을 치밀한 플롯을 통해 절묘하게 결합한 본격적인 청소년 역사소설 『화랑 바도루』의 등장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새롭고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환영받을 만한 것이다.
이 작품은 애초에 초등 학생을 위한 역사동화로 쓰여졌다가, 청소년 역사소설로 개작되면서 작품의 결말부에 많은 변화를 갖게 되었다. 작가는 스스로 창조한 인물 중 특히 바도루를 너무나 사랑했던 나머지 많은 고난을 겪은 만큼 그를 행복하게 살게 해 주려 했던 욕심에 비극적인 결말을 애써 피하려 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청소년을 위한 소설로 다시 고쳐 쓰면서 애초의 구상대로 독자들의 가슴을 한참 저리게 만드는 비극적인 결말로 되돌아왔다. 작가의 강한 의도로도 함부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에, 허구 속 중심인물이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열어 가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주요 내용
바도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김충현 장군 밑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김충현 장군의 자제인 경천과 함께 힘겨운 노력 끝에 화랑이 된다.
빈번히 백제의 공격을 받아 왔던 신라는 당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백제를 치고 삼국통일을 이루고자 한다. 이에 중책을 맡은 바도루는 신분을 위장하여 한 달 간 백제로 숨어들게 된다. 백제로 가기 전날 밤, 바도루는 사랑하는 벗 경천과 정혼녀인 오례혜에게 꼭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바도루는 백제에서 신라로 돌아오기 직전 곤란에 빠진 백제 소년 달해를 도와 주다가 자신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고, 웬 자객의 칼에 찔려 정신을 잃는다. 평소 망해 가는 백제를 구할 아름다운 청년 장수가 올 거라 믿었던 달해는 바도루가 바로 그 사람일 거라 확신하고 죽어 가는 바도루를 집으로 데려와 누나(송화)와 함께 극진히 돌본다. 간신히 살아난 바도루는 상처가 호전되자 다시 신라로 떠날 채비를 하는데, 자기 때문에 어린 남매가 위험에 빠지게 되자 일단 달해를 데리고 신라로 향한다.
신라땅으로 가는 길목, 아라성에 당도한 바도루는 그 곳의 성주이자, 어린 시절 바도루와 함께 화랑이 되고자 했던 아선을 만난다. 아선은 신라의 골품 귀족으로서 처음엔 자신보다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바도루를 무시하지만, 그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과 따뜻한 성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질투심이 극에 치달아 시종일관 바도루를 견제해 왔던 인물이다. 아선은 바도루가 데리고 온 백제 소년 달해의 목숨을 위협하여 바도루를 결코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끌어들이고, 바도루의 두 눈을 불인두로 지지는 고문을 가한다. 결국 바도루는 연민과 애정, 정의감으로 백제 소년(백제 민초)을 보살피는 일에 발목이 잡히고 만 것이다.
오로지 경천과 오례혜를 향한 그리움으로 모진 시련을 견뎌 왔던 바도루는 장님이 된 자신이 그들에겐 고통이자 슬픔이 될 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하지만 달해의 방해로 칼을 놓친 바도루는 순간 이성을 잃고 달해의 뺨을 연거푸 내리친다. 달해가 기절한 걸 알고서야 이성을 되찾은 바도루는 달해와 함께 백제로 향하는데, 도중에 눈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전쟁으로 인해 전염병이 돈 마을에 들어가 병자들을 돌보기도 한다. 천신만고 끝에 달해의 집으로 돌아온 바도루와 달해는 둘 다 전염병에 걸려 앓아눕는다. 신라 병사들이 사비성이 주둔해 있다는 얘길 전해들은 바도루는 혹시 경천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사비성으로 가 보지만, 자신을 해치려는 아선과 그의 군사들을 맞닥뜨리는 위기에 몰리자 절벽 아래로 몸을 날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