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이 갖는 의미
최근 국내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문학이 뒤늦게 태동하고 있다. 그 동안 아동문학과 성인문학의 점이지대에 있는 청소년문학은 그야말로 불모지에 가까웠다. 입시지옥에 휘말려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학습교재들에만 매달려 있던 청소년들에게 학습이 아니라 교양으로서의 문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비로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에는 독자들의 특성상 성장소설이 주류를 이루지만 역사소설도 다른 한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출간된 한석청 역사소설 『바람의 아이』가 갖는 의미는 크다. 더욱이 역사는 제도권 교육에서조차 홀대를 받아 오다 최근에야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분야이기 때문에 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의 출간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 역사를 재해석한 역사소설은 공중파 TV에서 종종 방영되는 역사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와 구별되는 특별한 느낌으로 청소년 독자들에게 다가가리라 여겨진다.
역사를 잃어버리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수년 전부터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웅대한 우리의 고대사를 통째로 잃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교과서 왜곡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다. 역사를 잃어버린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일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잘 결합된 역사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역사소설을 읽으며 우리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세상을 바르게 보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역사소설을 통해 청소년들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깊어진 역사의식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 같이 우리 역사를 침탈하려는 시도를 무력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발해의 주인은 ‘대조영’이 아니라 ‘이름 없는 백성들’이었다!
최근 TV에서 붐을 이룬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들을 보면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한결같이 영웅이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등장하며 온갖 시련을 겪어 내는 수많은 민초들이야말로 역사의 주인공임을 알 수 있다.
한석청 역사소설 『바람의 아이』 역시 668년에 고구려가 멸망하고 698년에 발해가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았던 바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발해를 세운 대조영과 그 밖의 영웅들에만 초점을 맞춘 여느 역사 드라마나 역사소설과는 달리 이름 없는 백성들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 독자들이 자신과 쉽게 동일시 할 수 있는 또래의 소년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가므로 좀더 생생하게 우리 고대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
668년 고구려는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다. 그러자 고구려 유민을 비롯하여 옛 고구려 지역에 살던 고구려인들은 당나라의 노예가 되거나 비참한 생활을 한다. 당나라 군대를 피해 도망치다 가족과 헤어진 예맥족 소년 슬이, 난리 통에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은 백산 말갈족 소년 미루와 흑수 말갈족 소년 퉁개. 이 세 소년은 비록 족속은 다르지만 고구려 유민이라는 아픔을 함께하며 의형제를 맺고, 그들을 거두어 준 주금도사 밑에서 무예와 의술을 연마한다. 주금도사는 산적 대장 아금치 대장을 설득해 산적 떼를 고구려 부흥군으로 변모시킨다. 또한 소금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는 고구려 유민들을 위해 슬이, 미루, 퉁개와 함께 당나라의 소금마차를 빼앗는다. 그 과정에서 주금도사와 슬이는 책성으로 끌려가게 되지만, 세 소년은 결코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 미루와 퉁개는 고구려 부흥군의 전령사이자 소년 무사가 되어 당나라 군대를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주금도사로부터 의술을 배운 슬이는 병들고 다친 고구려인 노예들을 열심히 치료해 준다. 그리하여 나라를 잃고 온갖 시련과 고초를 겪던 고구려인들은 고구려가 망한 지 30년 만인 698년에 마침내 당나라 군대를 몰아 내고 새로운 나라 ‘발해’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