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푸른책들 보물창고> 카페 일일연재로 큰 호응을 얻은
이금이 신작 청소년소설『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출간
‘우리 시대 진솔한 이야기꾼’, ‘한국을 대표하는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등 이금이 작가를 수식하는 닉네임은 여러 가지이다. 여기에 이금이 작가를 작가로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몇 가지 더 보태자면 ‘일정한 속도로 안정감 있게 걷는 작가’, 그러나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가’가 아닐까 한다.
작품 활동은 27년간 이렇게 기복 없이 꾸준하지만, 작품 그 자체는 답습이 없는 이금이 작가가 이번에는 청소년소설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이하 『우인소』)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우인소』는 우선 화자가 청소년이 아닌 교사인 것부터가 색다르다. 액자 형식은 이미 익숙한 구도이지만, 누가 쓴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액자 속의 글이 다른 청소년소설에서는 찾기 어려운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분명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나 알 듯 모를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게 한다. 어느 모로 봐도 로맨스 소설은 절대 아닌데 시쳇말로 ‘손가락이 오그라들게 하는’ 낯간지러움이 있고,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한껏 부럽게 만드는 적당량의 러브 스토리로 보이지 않는 작가의 손이 독자들을 쥐락펴락한다.
이렇게 홀린 듯이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인소』의 중독성은 이미 <푸른책들 보물창고> 카페(http://cafe.naver.com/prbm)에서 확인되었다. 『우인소』 일일연재가 2월 한 달간 매일매일 독자들의 애를 태우며 진행되었는데, 줄줄이 달리는 덧글과 그 덧글에 달린 이금이 작가의 답변이 소설만큼 재미있다는 후일담이 있다. 가장 많이 달린 덧글 내용은 바로 이것. “도대체 정체불명의 저 글을 쓴 사람은 누구예요?”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글쎄, 작가는 알까, 그 글을 누가 썼는지?
모두들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진실’을 밑그림으로 하여 펼쳐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이 작품은 주인공 ‘이봄’의 결석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자인 봄이의 담임 선생님은 평소 무던하게 지내던 봄이의 무단결석이 의아하기만 하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하고 적당히 속물적인 노처녀 담임 선생님은 누군가 자신의 책상 위에 두고 간 미스터리한 글을 읽으면서 봄이의 결석을 둘러싼 숨겨진 사건들을 추론하게 된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자신의 반 아이들의 모습이,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우나 믿지 않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그려진 글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담임 선생님은 머리가 아찔해진다. 외모지상주의에서 출발한 집단 따돌림과 그 안에 미묘하게 감춰진 아이들의, 아니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들여다본 것이다.
이금이 작가는 『우인소』 집필 후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에서 “외모지상주의나 집단 따돌림 같은 소재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문제인 ‘진실’이라는 가치를 다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사실은 진실이라면?”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거짓이 휘두르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진실이 어떻게 왜곡당하고 유배당하는지를, 그리고 진실이 어떻게 제자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 나가는지를, 청소년들의 세태 묘사와 쫀쫀하게 짜여진 구성을 바탕으로 보여 준다. 끊임없이 의심하던 독자가 방심하는 틈을 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있게 흘러가는 『우인소』는 한 번 펼치면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정말, 담임 선생님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저 글은 도대체 누가 쓴 걸까? 글쎄,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과연 맞을까?
주요 내용
봄이가 무단결석을 한 지 나흘이 되었다. 결석 첫 날, 담임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봄이네 가족은 모두 출장 간 아빠를 따라 외국에 가 있다. 물론 봄이는 가족들에게는 학교에 잘 다니는 것처럼 안심시켜 놓았다. 결석 넷째 날, 평소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 있던 담임 선생님은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책상 위에 누군가 두고 간 글 뭉치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수행평가 과제물로, 나중에는 은성이가 공모전 응모를 위해 쓴 소설로 생각했던 그 글들은 봄이가 결석하기까지 반 아이들과 봄이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가감 없이 적어 놓은 것이었다. 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무엇인가 즐겁게 떠드는 봄이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던 담임 선생님은, 글을 통해 몸에 맞는 교복이 없을 정도로 뚱뚱한 몸집을 가진 봄이에게 정말로 멋진 대학생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모지상주의, 질투, 허영심, 상대적 우월감과 계산적인 인간관계 등 반 아이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그 심리가 표출된 집단따돌림의 표적이었던 봄이를 생각하며, 봄이가 혼자 바라보았을 캄캄한 복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