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현실과 절망의 릴레이 속에서 청춘을 보내는 방법
열일곱 청춘 안용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제 어디서건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빚보증 때문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난 집, 뿔뿔이 흩어져 사는 바람에 이젠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해져 버린 가족, 기면증을 빌미로 툭 하면 시비를 걸어오는 재수탱 녀석들,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이상한 소녀 나은새, 비밀을 담보로 용하를 자신의 구직 전선에 동참시키는 장기투숙객 ‘망할 고’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용하에게 탈출구라곤 무슨 이야기든 휘갈겨 쓸 수 있는 ‘비-트(비밀노트)’뿐이다. 이렇게 걸핏하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일들로 연일 소란스러운 용하 앞에 새 보금자리인 ‘게스트하우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모할머니의 아들 피터 최가 등장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시쳇말로 ‘웃픈’ 상황이 릴레이를 하듯 이어진다고나 할까!
잠과 싸우랴, 집 지키랴, 기면증 감추랴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용하의 분투기는 눈물겨우면서도 어쩐지 유쾌하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극에 달하면 어디에서건 쓰러져 버리는 용하의 과감한(?) 기면증은 스트레스 때문에 어딘가로 증발해 버리고픈, 때론 아무 데서나 쓰러져 버리고픈 청소년들의 마음을 짜릿하게 대변한다. 여기에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파산’이 가지는 의미와 그 앞에서 힘없이 해체되고 마는 가족이라는 집단의 무력함이 서글프게 도드라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삶은 계속되고, 그 와중에도 청춘은 치밀하게 성장을 일구어 낸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갈등을 극복하고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웃음과 긍정에 있다는 것을 생동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독자들은 ‘웃픈’ 현실을 뛰어넘고,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줄 아는 청소년들의 발칙한 에너지 앞에서 안도하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 손 닿는 곳에 있는 랄라랜드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는 자기 안의 에어백을 채우기 위해 매일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있는 ‘꿈이 고픈 청춘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초대장이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랄라랜드’라는 가상의 공간은 꿈과 현실의 사이에 있는 일종의 완충구역이다. 그것은 꿈이자 현실이고, 오늘이자 내일이며, 희망이면서 때론 좌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지금 여기, 손이 닿는 곳에 ‘랄라랜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데 있다. 꿈과 미래에 관심을 갖기도 전에 열패감과 자조를 먼저 배우는 청소년들의 암담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위로나 충고가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용기, 내일을 두려워하기보다 궁금해 하는 청춘의 에너지라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고로 이것은 청춘을 보내는 태도, 청춘을 책임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용하가 기면증을 극복하고 은새와 랄라랜드를 발견하는 과정은 해체된 가족이 건강하게 복원되고, 타인과의 연대가 삶의 숨통을 틔워 주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라는 이야기와 어우러져 밀도 있게 그려진다. 여기에 다양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주변인과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자기만의 드라마를 보여 주며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지금 자신이 보내는 매순간이 견디거나 피하거나 유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랄라랜드’를 찾아 즐기면서 절망과 싸울 줄 아는 청춘의 맨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랄라랜드’를 발견하게 된 독자들이 꿈과 현실이 부딪치며 내는 마찰음을 즐기면서 비트에 몸을 맡긴 채 청춘을 만끽하게 되기를. 삶이 선사하는 희로애락 앞에서 지레 겁먹지 말고 내부에서 들끓는 에너지를 느끼며 치밀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