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심은경의 첫 청소년 소설집, 『택배 왔습니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통해 ‘오늘’을 묻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민에 사로잡히지 않은 청소년은 없었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고민의 유형과 발산의 형태가 다를 뿐, 청소년은 언제나 전 우주의 무게라도 되는 듯한 고민거리를 짊어지고 이를 감당하며 성장하게 마련이다. 고민거리는 자아의 팽창으로 인한 내밀한 것에서부터 가정과 사회라는 외부적 환경에 의한 것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청소년들의 고민은 학업과 진로, 대인·가족 관계, 일탈 순으로 비율이 높게 나왔는데, 이는 비단 한 지역에 국한된 양상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민이 청소년들의 충동적이고 예민한 감수성과 만나 최악의 선택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지난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한국건강증진재단이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자살률 증가 속도가 성인보다 빠를 뿐 아니라 OECD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10세~19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가 지난 2001년 3.19명에서 지난 2011년 5.58명으로 57.2% 급증했으며, 이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OECD 회원국의 청소년층 자살률이 감소하는 데 반해 국내 청소년층의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이 뉴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민에 짓눌려 자신마저 잃어버리고 절망에 몸을 내던지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이 바로 청소년들에게 벼랑 끝에서 발길을 돌리는 법,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 절망 너머의 희망을 발견하는 법을 어떻게 알려 줄 것인지 그 해법을 골몰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심은경 작가의 『택배 왔습니다』는 이처럼 다양한 고민거리를 품은 채 친구, 가족, 사회와 불협화음을 일으키곤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세밀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린 청소년소설집이다. 단편 청소년소설 「마마보이와 바리스타」로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은 심은경 작가의 첫 작품집으로, 표제작 「택배 왔습니다」를 비롯한 여섯 편의 단편 청소년소설을 담고 있다. 1388상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작가의 경험과 따뜻하면서도 긍정적인 의지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조응함으로써 무척이나 미더운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고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앞으로 한 발 내딛을 줄 아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건강한 자립과 따뜻한 소통의 풍경을 보여 주는 것 또한 이 작품집의 인상적인 지점이다.
건강하게 자립하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담은 한 권의 택배 선물
『택배 왔습니다』에는 여섯 명의 화자가 등장해 친구 관계, 첫사랑, 라이벌, 가족의 의미, 사회 현실 등 저마다의 고민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이들은 각각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친구를, 가족을, 사회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고민의 발원지를 찾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능동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고민에서 한 발짝 떨어져 그것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것이 고민 해결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불청객」은 숨 막히는 부모의 간섭에서 도망치기 위해 자신을 탈선의 공모자로 만드는 친구를 둔 수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수연은 삶의 녹록지 않음을 일찌감치 깨달은 애어른이다. 그런 수연의 눈에 비친 세라는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방기하면서도 그것의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애처로운 친구다. 수연은 세라를 이해하지만 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경영할 줄 아는 야무진 아이다. 세라를 통해 충동에 휩싸여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수연을 통해 대다수의 평범한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택배 왔습니다」는 택배 기사로 일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열악한 택배업 종사자들의 처우라는 사회 문제를 꼬집음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재기발랄하게 그린 작품이다. 적을 만나면 털을 한껏 부풀려 위협의 제스처를 취하는 포유동물처럼, 아빠 없는 험한 세상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쳐 자신을 거칠게 포장하는 법밖에 모르던 성모는 인생 조력자가 되어 주겠다는 새아빠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비로소 제 나이를 찾는다. 청소년들의 고민이 사회 현실, 가족 관계와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첫사랑의 풋풋함과 라이벌 친구와의 진정한 교감을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교차시킨 싱그러운 청춘물이자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마마보이와 바리스타」, 일을 그만둔 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의 재기를 위해 가족이 똘똘 뭉치며 진정한 봄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은 「엄마와 닥종이 친구들」, 장애아를 바라보는 사회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시선을 뼈아프게 다룬 「하모니카를 불어 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뒤흔들리는 삶을 가족의 사랑으로 복원하는 이야기인 「록의 여신이 돌아오다」가 이 시대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밀도 높게 형상화하고 있다. 독자들은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하게 자립하며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이들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넌지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이 청소년들을 기쁘게 하는 작은 선물 상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펼처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