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한 김현화 작가의 정통 판타지 동화
겨울은 판타지의 계절이다. 흰 눈이 펑펑 내리면 우리가 가 보지 못했던 신비한 세상에 온 것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긴긴 겨울밤에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추운 날씨로 야외활동이 어려울 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상의 세계에 빠져들기 좋다. 겨울이면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등 판타지 문학이 인기를 얻고 이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가 대거 개봉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은 왕자와 공주, 기사와 마법사, 용과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서양 판타지의 세계관에 편중되어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더 넓고 새로운 무대가 필요하다.
강숙인의 『뢰제의 나라』, 보린의 『뿔치』, 백은영의 『주몽의 알을 찾아라!』 등 동양적인 판타지 문학을 꾸준히 소개해 온 푸른책들에서 또 한편의 정통 판타지 동화 『구물두꽃 애기씨』를 선보인다. 탈북자 가족의 절절한 탈출기를 그린 청소년소설 『리남행 비행기』로 제5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현화 작가의 작품으로 제16회 MBC 창작동화대상 수상작이다.
불경에 등장하는 상상의 꽃 구물두꽃이 피고 수명이 천 년이나 되는 신선들이 사는 세상, 일곱 개의 해와 달이 뜨고 용을 잡아먹는 새 ‘가루라’가 날아다니는 세계 도리천에서 살던 구물두꽃 애기씨와 길잡이 소 구우는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여덟 세상을 거치며 위험천만한 모험을 펼치게 된다. 우리나라 신화와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들과 동양적 판타지의 세계관이 만나 새롭고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한 것으로, 방대한 자료 조사와 거침없는 상상력을 조화롭게 엮어 낸 김현화 작가의 탁월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천진한 매력의 구물두꽃 애기씨, ‘시크’하지만 정이 많은 ‘순정 마초’ 구우, 익살스러운 감초 역할의 붉은 팔과 푸른 팔 요괴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까지 더해져 정통 판타지의 재미를 오롯이 선사한다.
낯설지만 그래서 더 신기하고 매력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애기씨와 구우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이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켜 줄 것이다. 이 추운 겨울에 야외활동이 여의치 않다면 아기들을 잡아먹는 옹기 귀신이 쫓아오고 병을 고쳐 주는 약손 할아버지가 반겨 주는 세계, 거대한 흑룡이 파도를 타고 수명을 늘여 주는 신비한 노래를 부르는 새 가릉빈가가 날아다니는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상대방을 아끼고 존중하는 법을 알려 주는 구물두꽃의 향기
판타지 동화 『구물두꽃 애기씨』는 신비로운 세계관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과 기상천외한 사건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고품격 우화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야기 곳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교훈들은 어린 독자들의 인성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구물두꽃 애기씨와 길잡이 소 구우는 인간 세계로 향하는 동안 여러 인물들과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성숙해진다. 중동 소년을 연상시키는 무함메드를 만나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충과 슬픔을 포용할 줄 아는 지혜를 보여 준다. 거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쳐 따돌림을 받았던 돌장승은 자신의 쓸모를 알아준 석공 할아버지를 수백 년 동안 그리워하며 누구나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자신이 병에 걸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약손 할아버지의 자기희생은 각박한 오늘을 사는 우리의 가슴 한편을 따뜻하게 만든다.
『구물두꽃 애기씨』는 김현화 작가가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힌 것처럼 우리가 평소에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돌아보도록 도와준다. 부모와 자식처럼 너무 가깝고 익숙해서 오히려 무심하기 쉬운 인연이 얼마나 애틋한 것인지, 우리가 앞으로 맺게 될 새로운 관계들이 얼마나 큰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지 일깨워 주는 것이다. 때로 아슬아슬 마음을 졸이고 때로 뭉클한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는 구물두꽃이 도리천뿐만 아니라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도 활짝 피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