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구는 누구일까?
위험천만한 구미호와의 내기가 던지는 우정에 대한 경고
『귀신 지하철 4시 44분』의 주인공 은채는 같은 학년 여자아이들 중에서도 예쁜 얼굴로 손꼽혀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였다. 그러나 6학년이 되자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성격까지 좋은 진이가 나타나 은채의 인기와 친구를 모조리 빼앗아 버렸다. 졸지에 친구들을 모두 잃어버린 은채는 진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의 틈에 끼지 못하고 주변에서 겉돌기만 한다. 심지어 은채의 단짝 친구인 선하마저 진이와 친하게 지내며 귀신이 나타난다는 ‘귀신 지하철’에 관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 원래 인기 있던 진이가 흥미로운 ‘귀신 지하철’ 이야기까지 들고 오자 아이들은 은채는 안중에도 없이 진이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은채는 자신이 ‘귀신 지하철’의 진실을 밝혀내기만 하면 진이는 물론 진이를 따라다니던 다른 아이들의 콧대도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귀신 지하철’을 탄다. 그곳에서 만난 구미호는 바르기만 하면 모두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립밤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하고 은채는 해서는 안 될 내기를 시작하고 만다.
『귀신 지하철 4시 44분』은 ‘귀신이 나오는 지하철’, ‘구미호와의 내기’, ‘머리 없는 아이’ 등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친구들 사이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싶은 한 소녀의 욕망을 찾아볼 수 있다. 은채는 친구들을 ‘소통’하는 대상이 아닌 ‘소유’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소유한 친구는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자신하고만 친하게 지내길 바란다. 은채에게 친구는 많이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좋은 대상에 불과하고, 최대한 많이 소유하기 위해 그들의 관심을 얻으려 한다. 결국 은채는 친구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귀신 지하철’을 찾아 나서고 친구를 걸고 구미호와 내기까지 한다.
어쩌면 이 동화를 읽으며 귀신이나 구미호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친구를 ‘마주 보는’ 대상이 아닌 ‘소유’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은채의 비뚤어진 욕망이 아닐까. ‘진정한 친구’의 개념을 모른 채 그저 또래의 선망을 받고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귀신 지하철 4시 44분』을 권해 보자. 이 동화는 ‘위험천만한 구미호와의 내기’라는 흥미롭고도 무서운 소재를 통해 우리가 진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을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