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판타지 세계, 미하엘 엔데의 '특별한 목소리'를 통해 진실이 되다!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것에 맞는 특별한 목소리를 내야만 그 말은 진실이 된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미하엘 엔데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미하엘 엔데가 우리에게 이야기할 때 내는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일까?
엔데는 주로 ‘판타지’라는 목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선사한다. 그의 작품 중 국내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모모』는 ‘시간을 뺏고 빼앗길 수 있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기반이며, 『끝없는 이야기』 역시 주인공이 책 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시작으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그가 ‘판타지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이러한 이야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특별히 어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은 엔데의 작품들이 있으니 바로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나 「냄비와 국자 전쟁」,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등과 같은 짧은 동화들이다. 그는 총 20편의 짧은 동화를 남겼는데 그중 11편을 골라 엮은 『마법 학교』가 출간되었다.
이 동화집은 많은 아이들을 미하엘 엔데가 만든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의 동화 속 세계에서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도 있고, 부모님을 난쟁이처럼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언뜻 들으면 모두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미하엘 엔데가 전하는 특별한 목소리를 통해 들으면 이 환상적인 이야기들도 어느새 확고한 진실이 된다. 하늘을 나는 마법은 알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진실’과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부모님을 난쟁이처럼 만들어버린 결과는 ‘부모님과 아이 사이의 진실된 소통’으로 나타난다. .
아리송한 수수께끼 같지만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찬찬히 읽으며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다 보면 이 모든 진실이 오롯이 드러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로만 느껴졌던 그의 이야기가 마침내 소중한 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재미'와 저절로 터득할 수 있는 '철학'이 잘 어우러진 동화
1995년 미하엘 엔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 언론들은 그를 단지 작가가 아니라 ‘동화라는 수단을 통해 기술과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가’로 재평가했다. 그만큼 미하엘 엔데가 쓴 작품 속에는 우리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의미와 해학이 듬뿍 담겨있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단박에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모모』 같은 장편을 권하며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비밀을 설명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법 학교』를 권해보자.
어린아이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금세 미하엘 엔데의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그가 전해주는 철학 역시 어렵지 않다. ‘모든 걸 내 뜻대로 이루는 인생은 재미없다.’와 같은 어른들에게도 심오한 인생의 진리를 『마법 학교 』 속 작품 「가장 소중한 소원」을 통해 아주 간단하고 가볍게 툭 던지듯 풀어낸다. 아무런 막힘없이 술술 읽히지만 읽고 나면 ‘아!’하고 감탄하며 저절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한편,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저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혀 꼬이는 이야기」는 처음에 등장한 단어가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끊기지 않고 쌓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끝말 잇기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마법 학교』로 미하엘 엔데를 만난 아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미하엘 엔데의 장편을 궁금해하고, 또 자연스럽게 환상 속에 자리한 삶의 진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하엘 엔데의 동화가 오랜 시간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이자 오늘날 『마법 학교』가 우리 아이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가장 순수한 판타지다.
주요 내용
미하엘 엔데의 동화 20편 중 11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원을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소원 나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표제작 「마법 학교」를 비롯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부모님의 키를 절반씩 줄여 난쟁이로 만들어 버린 소녀 렝켄의 이야기 「마법의 설탕 두 조각」,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이상한 쌍둥이 형제 이야기 「니젤프림과 나젤큐스」, 단어를 계속 쌓아 이야기 끝까지 이어가는 「혀 꼬이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에게 그림책으로도 소개되어 널리 읽힌「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 등 다양한 주제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