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 걸 어떡해!”
- 분리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그림책
아이가 엄마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것은 언제일까? 물론 따라야 할 규칙들로 가득한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공동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 아주 커다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아이는 이른바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떼고 걸음마를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처음으로 등원하는 날, 거의 세상 모든 부모들이 겪는 통과의례가 있으니, 그건 바로 눈물바다, 통곡의 시간이다.
아이가 부모와 떨어질 때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를 ‘분리 불안’이라고 한다. 부모와 아이의 ‘분리’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에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만큼 아이들이 일찍이 부모와 떨어져 일정한 시간을 보내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와 잠깐이라도 떨어져 있는 시간은 불가피하게 찾아온다. 그때마다 엄마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는 건 부모에게도 괴롭다. 분명 언젠가는 아이들도 일시적인 이별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이 상태가 초등학교 입학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무엇보다 불안감이 잦아드는 과정 속에서 아이가 겪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은 부모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 양식을 알려주는 교육적인 그림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인성교육 보물창고> 시리즈에서 아이의 ‘분리 불안’을 해소하는 데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그림책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가 출간되었다. 『화가 날 땐 어떡하지?』, 『질투가 나는 걸 어떡해!』, 『무서울 땐 어떡하지?』로 이어져 온 코넬리아 스펠만의 <감정 조절 그림책>의 후속작이다. 이번에도 평범한 아이들 모두가 겪지만, 결코 만만하게 여길 수 없는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전문가다운 진단과 해법을 기반으로 하여 부모와 아이 모두의 공감을 얻고, 실생활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아이와 성공적으로 이별하고 행복하게 재회하기
어린이책 작가이자 아이와 가족들을 상담해 온 사회복지 전문가인 코넬리아 스펠만은 ‘분리 불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엄살이나 어리광이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당장 부모와 헤어지는 일이 영영 버려지는 일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이는 반복적인 이별과 재회를 통해 아이가 ‘부모는 꼭 돌아온다’는 단단한 믿음을 가질 때까지 이어집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는 글> 중에서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단순히 ‘떼쓰는 행동’으로 보지 않는 전문가의 시선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쓴 그림책 본문에서도 빛을 발한다. 부모와 떨어지는 순간이 무섭고 불안하며, 사랑하는 엄마 아빠랑 계속 함께 있고만 싶은 마음을 충실하게 그려내 아이들의 공감을 산다.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그랬구나.” 하며 대화를 시작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설명과 논리는 생략하려고만 한다면 아이의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다. 이 그림책이 가진 차별화된 장점은 부모랑 떨어지기 싫다는 아이에게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늘 함께 있지는 못해. 왜냐하면 모두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야. 그래도 곧 다시 만날 수 있어!’라고 설명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되 짧고 간단하게 전달되는 직설적인 논리는 아이가 한 걸음 더 성장하도록 돕는다.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어느새 마음이 진정된 아이는 돌아온 엄마를 보고 ‘벌써 엄마가 돌아왔어!’라고 외친다. 부모와 아이의 원만한 ‘이별 연습’을 돕는 그림책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를 통해 독립된 인격체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첫걸음이 좀 더 수월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