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산산이 깨트리고는 또다시 되돌려 놓는 이야기. -<커커스>
*부드럽게 그러나 각인되게 그려 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글자 없는 그림책은 온갖 혼란 속에서의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마음을 열고 상실을 경험하고 또다시 마음을 여는 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하여 일깨우는 아름다운 책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눈길이 오래 머무는 동안, 이야기는 시작되고 마침내 완성된다
-길 잃은 개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 날 문득 우리 시야에 개 한 마리가 들어온다. 우리 눈길은 어떤 애달픔과 착잡함에 잠겨 그 개들에게 한동안 머문다. ‘길 잃은’ 혹은 ‘주인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쓰기엔 왠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외로운’이나 ‘떠도는’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세태를 반영하듯 ‘유기견(遺棄犬)’이라는 합성어가 흔히 쓰이는데, 찬찬히 뜯어보면 ‘내다 버린 개’라는 뜻이다. 앞서 나열한 말들을 한꺼번에 삼켜 버릴 만큼 거칠고 확고한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얼 숨기려 그리도 에둘러 말해 왔던 것일까?
제프 뉴먼과 래리 데이가 함께 만든 그림책 『찾습니다』(보물창고, 2020)는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그 개들에 대한 이야기들 중 하나이다. 다만 이야기를 글로 묘사하지 않고 오직 그림으로만 표현하고 있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글이 없으므로 독자들은 오직 그림에 몰입해서 사건의 정황을 파악해 내고 독자들 자신이 체험한 일들과 연결하여 스스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된다. 어딘가 눈길이 오래 머무는 동안 이야기는 시작되고 또 어느새 완성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잃고 얻고, 돌려주고 다시 찾는, 그 모든 일들을 함께 겪게 된다. 이 그림책은 잃어버린 개 혹은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지만, 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숱한 만남과 관계, 이별과 상실과 재회, 그리고 그 모두를 아우르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개, 우연히 만난 개, 돌려준 개, 아직 찾지 못한 개, 다시 만난 개…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한, 세상의 그 모든 개들 그리고 우리들
그림책 『찾습니다』(보물창고, 2020)는 비 오는 날 아파트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던 한 소녀의 시야에 외로운 개 한 마리가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소녀는 주저 없이 그 개를 집 안으로 들이고 함께 지내는데, 독자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방 안 벽에 붙은 전단지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소녀가 개를 잃어버렸으며 이름이 ‘도담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정보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집 안에 새로 들인 개에게 먹이를 주는 밥그릇에도 도담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데, 글자 없는 이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정보는 이처럼 전단지, 이름표, 간판 등에 적힌 간단한 글자들뿐이다.
독자들은 그림을 따라가며, 낯선 개를 집 안에 들여 돌보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기르던 개가 쓰던 물건을 흔쾌히 내주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소녀의 심리를 읽게 된다. 하지만 머지않아 서로 마음을 연 둘 사이의 교감과 결속은 매우 깊고 단단해진다. 그러나 얼마 뒤 소녀는 거리의 전봇대에 붙은 또 다른 전단지를 발견하게 되고, 갈등과 체념 끝에 마지못해 자신의 새 친구를 ‘초롱이’라 부르던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허탈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소녀는 마침 ‘유기견 쉼터’ 앞을 지나게 되고, 유리창 너머로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또 한 마리 개와 눈을 마주치게 된다. 이제 또 다른 만남, 또 다른 관계 또 다른 이야기가 곧 시작될 것이다.
이 모든 장면들은 오직 펜으로 그린 간결한 선과 부분적으로 칠해진 선명한 색으로 묘사되고,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때때로 암시적인 그림들로 하나씩 펼쳐진다. 이 그림책의 바탕을 이루는 고요함은 단순히 말(글)이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섬세하고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처리된 침묵은 독자들 가슴에 감정의 샘물이 솟아오르게 자극하고 또 넘쳐흘러 냇물을 이루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개, 우연히 만난 개, 돌려준 개, 아직 찾지 못한 개, 다시 만난 개…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한, 세상의 그 모든 개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비로소 완성되고 또 끝없이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