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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봄을 닮은 동화집, 김치 치즈 스마일 2024-03-24 12:24:31

봄이 왔음을 실감하는 건 바람의 냄새, 하늘의 색 그리고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겨우내 묵직하게 눌러 두었던 날이 선 감정들

사이로 봄의 기운이 스며들 틈마저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경이라 뭐라도

틈을 만들 구실이 필요했다.

마음을 말랑일 봄을 닮은 이야기를 찾다 발견한 동화집이 있어 단숨에

읽으며 겨울과 봄을 잇는 시간을 걸어낼 힘을 얻었다.

“김치 치즈 스마일 (진희 지음, 푸른책들 펴냄)”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화집은

온 가족이 어딘가를 향해 기차놀이를 하며 걷는 것 같다.

이들은 가족이 맞을까?

여섯 편의 동화가 모여 담긴 이 책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버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정이네 집에 새 식구가 된 동주, 어쩐지 다정이는 동주가 좋다가도 엄마, 아빠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동주가 살짝 밉기도 하다. 하지만 다정이 역시

처음에는 동주처럼 이 집에 선물처럼 온 아이였으니 이제 동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줄넘기 수업을 해야 하는데 은기는 어쩐지 자신이 없다. 하필 하얀이와 짝이 되어

은기는 줄넘기 시간을 어떻게든 대충 넘겨보려 하지만 하얀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왠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지구가 아플까봐 뛰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은기 말에 하얀이도 까르르.

두 아이는 그렇게 지구를 걱정하며 사뿐거리며 줄넘기를 해댄다.

소라와 언니같은 엄마 뚜이는 가족이 되는 과정이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속에서는

보글거리는 감정이 뒤섞여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낳아준 엄마의 제사를 통해 엄마와 딸로 서로를 인정하기 위해 마음 속 감정을

표현해본다.

코로나로 조금은 마음이 편했던 마스크 맨, 언제나 마스크를 쓴 아이의 모습이

익숙한 솔이는 마스크 맨의 비밀을 알게 되며 이제 그 아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마를 위해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모반을 수술하는 아이, 그 아이와 더 친해지고

싶고 아이들 사이에 그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던 솔이는 어디론가 사라진

마스크 맨을 오래 기억하겠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오빠가 돌아오지 못한 날부터 우리 집은 그저 물 속에

가라앉은 배처럼 어둡고 눅눅한 감정과 눈물이 뒤섞여 누가 누굴 돌볼 상황이

되지 않는다.

막내인 내가 오빠를 그리워하듯 언니도 엄마도 아빠도 오빠를 그리워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내보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한다.

가족 사진을 위해 노력하는 은무, 그런 은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은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아 결국 가족 사진을 찍지 못한다.

그래도 다음에는 꼭 멋진 가족 사진을 찍어보자는 엄마, 아빠 얘기에 은무는

속상한 마음을 지우고 삼겹살 파티를 준비한다.

집으로 와준 사진사 아저씨 덕분에 다섯 가족은 다같이 김치 치즈 스마일~

환하게 빛나는 다섯 해님처럼 그렇게 은무네 가족 사진이 찰칵.

어제 본 것처럼 오빠를 만나러가면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겠다는

아이의 말이 먹먹해 문장을 반복해 여러 번 읽으며 아프게 다가오는 사월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가족이나 친구가 되는 과정 만큼이나 헤어짐의 과정은 더 아프고 힘든데 아이와

남은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갈지 감히 헤아릴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또 봄은 오고 있고,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과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봄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족을 맞이하고, 가족이 되어 가고, 가족 중 누군가를 잃고, 친구가 되었지만

곧 이별이 다가왔고, 유쾌한 가족이 다시 한 번 빛을 내는 밤이 그려진 동화 덕분에

나 역시 내 앞에 펼쳐진 나의 봄을 걸어낼 힘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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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되고친구가되는시간
#이별을기억하는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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