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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울프 - es3841 2021-02-26 21:36:46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낮았습니다. 여성이 투표권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던 기간보다 남자의 소유물처럼 살았던 시간들이 더 길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그것을 정리해 에세이 <자기만의 방>으로 펴냈습니다.

그녀는 남성들에 비해 배움의 기회가 적었고, 경제적으로도 가난했던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를 말합니다.

18세기의 여성들은 부모의 명령에 따라 정해진 혼처에 시집을 가야 했고, 거절을 하면 부모에게 두들겨 맞더라도 저항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남성과 동행하지 않는 집 밖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고, 그녀들은 펜 대신에 실과 바늘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여성들에게 유일한 글 쓰는 기회는 편지였습니다. 그 이외에 시를 짓는다는 등의 글쓰기 행위는 모두 비난을 받는 행위였습니다.

여성에게는 경제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재산은 남성들의 소유였지요. 여성은 “거의 읽지도 쓰지도 못하며 남편의 소유물”에 불과했습니다. 울프는 이런 양성 간의 경제적 불균형에 의문을 품으며, 가부장적인 사회로 인해 여성의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최고의 극작가로 불리는 셰익스피어를 예를 들며, 자신의 작품을 완전하게 표현해 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방해받지 않고 눈부시게 빛난 마음, 어떤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되며, 소멸되지 않은 이물질도 있어서는 안되는 그 마음이 셰익스피어에게 있었기에 완벽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작가가 작품을 하나 쓰기 위해서는 물리적 어려움( 돈, 사람, 주변의 방해 등)과 정신적 어려움(무관심)을 이겨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성 작가에게도 어려운 이 두 가지가 여성작가에게는 적대감으로 다가온다고 하며 여성은 예술가가 되도록 격려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오스틴도 자기만의 공간이 없이 거실에서 글 쓰는 것을 숨겨가며 틈틈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도 여성의 글쓰기는 비난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은 순전히 가부장적인 사회 한가운데서, 그 모든 비판을 직면하며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이 본 대로 신념을 고수하려면 정말 굉장한 재능이, 굉장한 성실성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그녀들이 해낸 가장 훌륭한 업적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성의 지위는 달라진 것이 없었고, 심지어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조차 꿈도 꾸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만약 여성에게 자기만의 공간과 경제권이 있었다면 그녀들도 멋진 시를 창작할 수 있었을까요?

100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경제권은 이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권위주의와 남녀 차별은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이란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자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합니다.

저는 문득 저의 삶을 떠올려 봤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자연스레 경제활동을 멈추었습니다. 육아를 하는 동안 저만의 시간은 10분도 사치였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지만, 이 글 쓰는 시간에도 저는 아이들의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의 공간이 없이 거실 한구석에서 글을 쓰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울프는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육아를 하며 낮아진 자존감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망설이는 엄마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들에게 <자기만의 방>이 생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주변의 지지가 필요할까요?

그리고 그녀들은 왜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걸까요? 제 생각으로는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때, 그때 모든 것에서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녀는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부탁할 때, 나는 현실에 직면하여 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활기를 전할 수 있든 없든 상관없이 활기찬 삶을 살아가라고 부탁하는 셈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좀 더 나아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겠지요.

 

버지니아 울프는 성을 특별하게 혹은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온전히 성숙한 마음의 표시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882년생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그 시대에도 1982년생 김지영이 살고 있는 지금도 그런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여성 우월주의로 몰아가면서 사회적 반감이 들게 하고, 각각의 성은 오히려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서로 다른 성끼리, 서로 다른 지위끼리 싸움을 붙이는 이 모든 행위,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열등성은 다른 사람의 몫으로 넘기는 이 모든 행위를 성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은 반드시 다른 편을 이겨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이죠. 사람들이 성숙해가면서 그런 편이나 승리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을 거치는 단계인 걸까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것이 10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이루어졌을까요? 여성의 경제활동과 재산권, 참정권이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는 오늘날에도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들은 살고 있습니다. 절반의 성공이 이루어진 지금, 1982년생 김지영의 100년 후에는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완벽한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인들이 살아가리라고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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