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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 기린이 사는 골목 /누군가의 기린이 되어줄 수 있게 되길 - best916 2021-02-26 21:42:49

자기 발에 밟혀 죽은 왕개미를 슬퍼하며 동화작가를 꿈꾸는 104kg의 초고도 비만 선웅이, 술주정뱅이 아빠와 태국 엄마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튀기’라는 놀림을 당하는 은형이,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기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 아이들은 15살. 딱 그때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삶의 무게를 더해 주변 친구들과는 다른 성숙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야기는 이들이 모두 함께 살고 있는 배화동 골목에서 시작됩니다.

선웅이는 은형이를 남몰래 좋아하며 술주정뱅이 아빠 때문에 힘든 은형이를 보호해주려고 애씁니다. 기수는 은따를 당하는 선웅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슈퍼맨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지요. 은형이는 술주정뱅이 아빠로부터 엄마를 지켜내려고 애쓰고 선웅이와 기수에게 마음을 조금씩 엽니다. 이들 모두 어느 한 명도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의 상처보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먼저 보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요즘같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만연한 세상에서 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비유적인 표현이 가득했어요.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요. 그중에서도 선웅이가 은형이를 위로하며 분홍 달팽이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과 선웅이가 자신과 동일시하며 상상했던 기린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는 선웅이처럼 기린처럼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속삭여 주는 것 같았거든요.

선웅이가 해준 분홍 달팽이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 갈색 달팽이만 사는 곳에 분홍 달팽이가 나타났습니다. 분홍 달팽이는 갈색 달팽이와 어울리지 못했고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보다 좀 더 멋진 세상으로 꿈꾸기를 원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분홍 달팽이는 달비늘을 주웠고 달비늘이 내려온 곳을 찾아 나섰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분홍 달팽이는 자신만의 힘으로 그곳을 찾아냈고 아마 지금은 달비늘이 가득한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선웅이가 은형이를 위로하며 해준 이야기였어요. 동화작가가 꿈인 선웅이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은형이를 멋지게 위로해 준 것이지요. 슬픔이 가득한 은형이의 삶도 분홍 달팽이가 달 비늘 가득한 세상을 찾은 것처럼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정말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선웅이는 자신만의 상상 속에 기린이 만들어 놓고 자신이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기린을 불러내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위로받습니다. 얼마나 건전하고 멋진 녀석인지요^^ 이런 건강한 정신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지요.

이야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 아이들의 삶이 참 많이도 안쓰러웠지만 나비가 번데기 껍질을 벗고 화려한 비행을 하듯 하나씩 자신만의 껍질을 벗고 멋진 비행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심도 있게 다루어져 참 맘이 따뜻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은 지금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고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반드시 옆에서 함께 있어줄 사바나의 기린이나 선웅이 같은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위로도 전해주고 싶고요. 나의 슬픔과 타인의 슬픔을 건강한 방법으로 함께 어루만지며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드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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