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도착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지 않나요? 「듣고 있니?」에서 방향성을 잃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갈 데가 없어 쭈구려 앉아 내뱉는 ‘비’의 혼잣말)

“모든 게 정말 이상해.

내 이십 대 초반은 미친 듯이 일하느라 빠르게 지나갔고, 단 한 번도 그 모든 걸 어떻게 하는 건지 자문한 적도 없었어.

그런데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가 된 지금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렇게 뭔가 느긋하게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여전히 내 일이 좋긴 해.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지.

지금은 그렇지 않고.

횡설수설했네… 잊어버려.”

(‘루’의 아픔을 ‘비’가 알고 난 뒤 ‘루’의 말)

이야기가 궁금하시죠?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루’와 ‘비’가 함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루’와 ‘비’입니다.

‘루’는 27살, 고모할머니를 만나러 샌앤젤로에 가는 길입니다.

‘비’는 18살, 가출했어요.

그들은 주로 대화하다가 다투고 이내 곧 마음이 풀어져요. 갈등과 해소가 반복되는 여정을 함께 합니다.

‘루’와 ‘비’는 옥신각신하다가 툭툭 서로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서로의 재미없는 이야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합니다.

16살에 엄마와 함께 배우기로 한 운전. 엄마가 동생 병간호 때문에 잊어버리자 ‘비’가 운전 배우기를 단념한 일.

‘루’가 어린 시절 소파라는 아이를 폭행한 일.

‘비’가 사촌에게 성폭행 당한 일.

슬픔뿐만 아니라 행복에 관한 이야기도 나눠요.

차에 관한 추억, 엄마의 사랑을 느꼈던 일, 장래의 계획 등을 이야기해요.

그러다 ‘루’가 ‘비’에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길 잃은 고양이를 함께 찾기도 합니다.

(고양이 집을 찾아주기 위해 고양이 목걸이에 적힌 주소 서부 텍사스, 글렌우드길 43까지 같이 동행합니다.)

왜 제목이 ‘듣고 있니?’일까?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묻는 것일까요?

말은 하지만 대화가 안돼서 내 말을 좀 들어라고 요구하는 것일까요?

모든 사람, 모든 게 잠재적인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어요.

그저 그걸 볼 수 있는 세상과 무리 가운데 서 있기만 하면 돼요.

…길도 구름도 나무도 당신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어요.

당신이 본 건 모두 스스로가 만든 거예요.

그걸 다시 못 보는 것도 그런 이유죠.

(묵직하게 다가오는 문장, 43번지의 집주인이 하는 말이에요.)

문장을 곱씹다가 이 책의 제목인 「듣고 있니?」의 의미를 추측해봅니다.

아마도 ‘네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니?’가 아닐까 싶어요.

‘루’와 ‘비’의 대화가 처음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거든요. 개연성 없이, 불현듯 훅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를 위로하죠. (원서를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인물들의 이름이 각각 ‘루’와 ‘비’, 합치면 루비, 보석이잖아요. 함께, 같이 해야 잠재적인 마법의 힘-보석을 알아보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덧붙여 길 잃은 고양이 이름도 보석입니다. 다이아몬드!

특이하게 느껴졌던 소재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지도예요.

지도에 길을 표시하며 어디로 가야할 지를 탐색하는 ‘루’. 열심히 지도를 보지만 지도가 제대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지도를 살펴보며 ‘이런 마을은 있지도 않아.’라며 답답해하며 화를 냅니다. 지도에서 길을 찾지 말고 ‘루’의 마음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걸 이때는 몰랐던 거죠.

지도 말고 마음의 소리.

지도 읽지 말고 마음의 소리 듣기.

이런 의미 아니었을까요?

생각을 기록하고 보니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내 마음을 잘 듣고 있나?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나?

여러분은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