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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기린이 사는 골목 - es3841 2021-02-07 02:03:48

배화동 배화로 360번 길 골목에 기린이 산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에서 ‘튀기’라고 놀림당하는 은형이, 태국인 엄마는 옆집 선웅이네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고 아빠는 알코올중독에 특별한 수입도 없이 엄마가 번 돈을 뜯어가며 가정폭력을 일삼습니다.

누구보다 넘치는 감수성으로 동화 작가를 꿈꾸지만 초고도비만이라는 체형 때문에 스스로 은따라고 생각하며 혼자 다니는 선웅이, 배화로 360번 길 골목에 있는 3층짜리 한의원이 선웅이네 집입니다. 아빠는 한의사인데 노숙자나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무료 진료하며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합니다. 엄마는 이런 아빠를 못마땅해하며 선웅이에게 동화 작가의 꿈은 버리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합니다.

폐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꽃밥 집을 운영하는 이복규 할아버지의 손자 기수는 학교 싸움 짱입니다. 선웅이가 학교 최고 말썽꾼 이호 패거리에게 당할 때마다 도와주고 사라집니다.

선웅이는 은형이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나름의 방식으로 지켜줍니다. 우연한 계기로 꽃밥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은형이와 선웅이, 기수는 서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됩니다. 선웅이는 두 친구 덕분에 스스로 관계 맺기를 거부하던 마음을 버리고 학교에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뽐냅니다. 은형이도 더 이상 이호패거리에게 놀림당하는 것을 참지 않고 호되게 혼내줍니다.

15살, 중2병이라는 한 단어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지는 나이.

우리가 생각하는 중2는 통제불능의 아이들입니다. 오죽하면 북한에서 중2가 무서워 남침을 못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무서울 게 없는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어른들에게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순수의 세계를 전과 다름없이 지키며, 자신과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오늘도 건강한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의 이야기

‘작가의 말’중에서

밤하늘의 노란 달이 꼭지째 익어 지상으로 떨어질까 걱정하고, 자기 발바닥에 눌려 죽은 왕개미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감수성 넘치는 선웅이 같은 친구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을 “중2병”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청소년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있지만 사실 그런 아이들은 소수일 뿐이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며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문득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려 봅니다. 나는 어떤 고민을 했었나, 어떤 일들이 힘이 들었나. 나의 중2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림이 중요했고, 반에서 말썽 부리는 아이들을 최대한 멀리하려 했었고, 공부보다 친구가 더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단골 레코드 점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포스터를 한 장이라도 더 얻어보려 노력했던 시기, 아빠가 출장 다녀오시는 길에 사다 주신 소니 cd플레이어를 손에 꼭 쥐고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감수성을 달래던 시기였습니다.

거창하고 위대한 역사까지는 몰라도 각자 팝콘처럼 터지는 시간을 살며 세 사람 모두 제법 근사한 열다섯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209

지금도 치열하게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며 사춘기를 보내고 있을 아이들, 또는 부디 건강한 성장통으로 이 시기가 지나기를 바라며 가슴앓이 중인 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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