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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거인들이 사는 나라, 30년을 지나 온 이야기 - jinsoo1975 2021-01-04 16:47:53

새해 첫 독서는 시집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나고 내가 알고 있던 시집과 제목만 같은 다른 시집인가 싶게

표지가 다른 책을 마주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 (신형건 시집, 끝없는 이야기 펴냄)”

​오래 전 푸른책들에서 펴낸 동시집에 수록되었던 1~4부에 수록된 동시들에

5부가 추가된 것 같았다.

30년… 추억을 모으기에도 기억을 쌓아올리기에도 충분한 시간 동안 시들은

제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읽혀지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래 전 이 시집을 만났을 때도 나는 이 시를 좋아했었다.

“별을 보면

난 이런 생각이 들어.

처음에, 하늘은 아주 커다란 그릇에

담겨 있었을 거라는.

언젠가, 그릇이 깨어져

하늘은 쏟아져 버리고

그 사금파리들은 별이 되어

하늘에 둥둥 떠다니게 된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많은

세상 사람들, 그들도

여럿으로 나누어지기 전엔

하나의 무엇이 아니었는지 몰라.

아마도, 사랑을 담는 큼직한 그릇이었겠지?”

-사랑을 담는 그릇

‘사금파리들은 별이 되어…’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어느 그릇 조각들이 떠다닌다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고

어느 순간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그릇이 되면 그 또한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겨울 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음이 평온치 않은 작년 그리고 새해.

우리는 어쩌면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매는지도 모르겠다.

작은 별 하나, 불빛 하나를 따라가며 제 길을 찾아 제 몫의 걸음을 걸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유독 별에 대한 시가 눈에 들어와 급한 마음에

읽어 내렸고 결국 별을 담을 수 있는 건 그 무엇보다 마음이라는 얘기에 조급증에

시달리고 예민해진 나의 마음을 천천히 돌아보며 이성의 잣대로만 가득 찬 어른의 눈이

아닌 솔직한 감성을 담은 아이의 눈으로 보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예상치 못한 방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긴 겨울 밤, 겨울 이야기는 시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누군가가 내게 오래된 이야기를

따뜻한 방구석에 앉아 얼굴을 마주보고 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따뜻한 손을 잡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만 들리도록 또박또박 전해주는

겨울 이야기 속 굴뚝새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본다.

어릴적 할머니와 누워 오래된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 때처럼 평온하고

잔잔한 느낌의 시들은 위태로운 마음에 여유를 데리고 왔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한파로 시린 몸과 마음에 추억과 기억을 불러오는

마법과 같은 시간을 제공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서 만난 따뜻한 이야기들로 겨울 밤 또 한 번이

스르륵.

#거인들이사는나라

#푸른책들

#끝없는이야기

#30년동안이어진아름다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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