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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간평가단] 기린이 사는 골목 - mulganamu 2021-04-14 11:23:00

누구나 상처는 하나씩 있는데

그걸 상처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조금씩 슬픈가봐

기린이 사는 골목 p.135 은형이의 말

원은형. 태국인 엄마와 알콜중독자 아빠를 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아이. 공부는 탑. 아버지가 한 해 늦게 입학시킨 탓에 선웅이 보다 한 살 많지만 같은 학년. 엄마가(진따나 아줌마)선웅이 집에서 가사를 돕지요.

현선웅. 동화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태양당 한의원집 아들. 초고도 비만.

가시많은 장미같은 은형이를 짝사랑중입니다. 몽유병에 돌아다니는 은형이에게 사바나의 기린 ㅡ 누나만 바라보다 목이 길어진 선웅 기린 ㅡ 이야기를 들려주며 알게 모르게 은형이 주변에 맴돕니다.

이기수. 노숙자 독거 노인들에게 밥을 주는 꽃밥집 이복규할아버지 손자. (이복규할아버지는 지뢰로인해 얼굴의 형태를 잃은 분) 싸움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고 말 수도 없는 아이지만, 초등학생 선웅이가 죽은 왕개미를 들고 운 것에 감동받아 자신도 모르게 계속 선웅이를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구해주지요.

한 동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있는 이 세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른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서로 교차점 하나없어 보이는 이 아이들이 꽃밥집에서 함께 설겆이를 하게됩니다. 그러면서 속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관계가 되지요.

아까 밥 먹으면서 문득 생각했어.

이 밥이 꽃보다 단 건

할아버지의 따뜻한 가슴이 들어 있어서구나

기린이 사는 골목 p.156

선웅이가 꽃밥집을 나서며 은형이와 기수에게 한 말

상처를 상처로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고 배척하면 사람들의 아픈 마음은 더 곪아갑니다. 하지만 자신이 상처 입은 이 임에도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나누는 한 끼 밥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도 느낍니다. 그 일에 동참하는 것일 뿐인데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도요.

그 일 이후, 선웅이는 기수와 은형이의 추천으로 학교 상식 골든벨 반 대표로 서게됩니다.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켰던 틀에서 벗어나 반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동화작가의 꿈을 가지게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자 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그 꿈을 응원해줍니다. 골든벨에 나가는 것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결과야 어찌되었든 한 마디 말 꺼내기 힘들어하던, 애써 외면하던 세 명의 아이들은 껍질을 깨고 나와 ‘친구’가 됩니다. 지켜보는 제 마음에도 햇살이 비취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슬픔도 지나가면 향기가 난다는 말.

분홍 달팽이가 했던 그 말.

정말 행복했어. 어쩌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거든.

지금 이 겨울이 모두 지나면.

기린이 사는 골목 p.212 은형이가 선웅이에게 한 말.

원래, 꿈길에 선웅이가 은형이에게 들려주었던 말.

기수네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돌아가신 기수 할아버지 흉을 보는 아이에게 선웅이와 은형이가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언급하고, 은형이는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전에 하지 않았던 모습이 하나 더 있네요. 내일을 꿈꾸는 것. 겨울이 지나면 어쩌면 나도 행복해 질 수 있을거란 희망을 품는 것.

그 희망을 찾는 길이 순탄한 여정가운데로만 가진 않았지만, 바위 틈으로 날아든 새가 온전히 날 수 있도록 자신을 부숴뜨린 바위에게도, 하늘을 나는 새라는 정체성을 기억한 새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봄’이 찾아옵니다. 슬픔을 지나 의미를 부여받은 봄이…

허구라고 여기고만 싶지만 어딘가에 분명 은형이, 선웅이, 기수와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책 장이 잘 넘겨지지 않았던 책. 하지만, 아이들의 겉으로 보이는 상황과 환경뿐 아니라 아이들의 속 마음이 이토록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과정이라면, 슬픔도 지나가면 향기가 난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게 자란다면 정말 좋겠다고 마음으로 응원하며 보게된 책.

슬픔의 시기를 지나는 친구들이 보며 공감하고 은형이와 기수와 선웅이와 친구가 되어 함께 봄을 맞이하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책 《기린이 사는 골목》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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