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신간평가단]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인간의 이기를 넘은 그들의 판타지 세계-candy718 2021-06-22 00:06:14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로버트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보물창고 』

프리스비 부인은 남편을 잃고 혼자서 아이 넷을 키우는, 긍정적이고 사려깊은 엄마이자 들쥐 가족의 가장이다. 그런데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막내 티모시때문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이제 곧 이사도 해야 하는데, 몸이 약한 티모시가 그 때까지 일어나지 못한다면 이사는 힘들 뿐 아니라, 무리한 티모시는 건강을 지키기 더 힘들어질 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프리스비 부인은 티모시를 도와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들쥐 프리스비 부인과 그의 아이들의 일상으로 시작되는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은 1972년에 ‘뉴베리 대상’ 수상과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독자들을 만나고 있었음에 설렘과 기대감이 배가되어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프리스비 부인은 죽은 남편과 친하게 지냈으며, 어릴 적 티모시를 도와주었던 에이지스 씨를 만나러 두 시간을 달려가 ‘폐렴’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돌아오는 길에 울타리에 묶인 까마귀 제레미를 구해주게 되면서 그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또한 제레미와의 인연은 프리스비 부인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속의 사건과 인물을 만나게 하는 출발이 된다.

프리스비 부인은 피츠기븐 씨네 채소밭 밑 땅속에서 살고 있기에,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땅을 뒤엎는 작업을 하기 전 이사를 가야 한다. 그 전에 티모시의 몸이 건강해져야 하는데, 약의 효과를 보긴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 걱정이다. 프리스비 부인은 제레미의 도움으로 올빼미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는 가운데 올빼미는 프리스비 부인의 남편이자 티모시의 아빠인 조나단 프리스비의 미망인이라면 시궁쥐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다시 하수구 파이프로 돌아가서 사람들의 쓰레기를 뒤지면서 살 것인가? 그건 시궁쥐들이나 하는 일이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시궁쥐가 아니네. 슐츠 박사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생명체이지. 새로운 생명체.”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160-161쪽

시궁쥐와 알지 못하는 프리스비 부인이지만, 이사 문제만 해결된다면 그 누구와도 만날 수 있었다. 시궁쥐가 사는 장미 덤불으로 가서 올빼미가 알려준 대로 보초병 저스틴과 니코데무스를 만나 ‘바람이 닳지 않는 바위’로 집을 옮겨줄 것을 부탁하기로 마음 먹고 들어선 굴에서 남편 조나단과 시궁쥐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인간을 피해 먹이를 구하러 다녔던 쥐들은 슐츠 박사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니임의 실험실”에서 실험쥐로 이용된다. 결과를 구하기 위해 꾸준히 투약을 받게 되고, 그 실험 덕분에 인간과 흡사한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탈출에 성공해서 그들만의 문명 세계를 펼쳐가며 오늘에 이르렀음을 알게 된다. 그들이 앞으로 세울 계획과 이사를 위한 놀라운 작전에 투입하게 되면서 프리스비 부인은 가정으로서의 책임과 엄마로서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훔치지 않고 사는 것, 그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우리의 계획이고요.”

인간들의 세계와 가까이 살면서 인간들이 먹고 남은 것을 몰래 가져다 먹는 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그들 나름의 계획대로 음식을 저장하고 비축하며 삶을 영위해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인간의 곁에서 인간의 눈치를 보며 늦은 시간에 움직이는 삶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들의 삶을 이끌어가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실험에 의한 새로운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먹이를 찾아나서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갔던 삶에서 한발 더 앞선 삶의 방식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진 것들은 모두 훔친 것들이기 때문이지.”

“말도 안 돼. 그럼 농부가 소에게서 우유를 얻는 것도, 닭에게서 달걀을 얻는 것도 훔치는 건가? 그들은 단지 소나 닭보다 똑똑할 뿐이야. 사람들은 우리의 소야. 우리가 충분히 똑똑한데 왜 음식을 얻으면 안 되느냔 말이야.”

“그건 달라. 농부들은 소와 닭들을 먹이고 보살펴 줘. 우리는 우리가 얻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 게다가 우리가 그것들을 보살핀다면 들키고 말걸.”[중략]

“우리는 개 등에 붙어 사는 이처럼 단지 누군가에게 빌붙어 살고 있는 거야. 개가 물에 빠지면 이도 같이 빠질 수 밖에 없다고.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203~204쪽

‘쥐’라는 동물을 의인화하여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이야기가 전해진다. 쥐가 가지고 있는 부지런함과 재치 그리고 민첩함이 그의 매력임과 동시에 인간과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동물 중 하나로 인간이 먹는 거라면 거의 먹을 수 있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동물이기에 의인화하여 새로운 매력을 담아내기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인간과 가장 닮았기에 실험용 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안타깝고 미안한 역할도 담당한다.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또한 그렇다. 시장에서의 삶에 만족하는 그들을 잡아 실험용 쥐로 만든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결코 삶을 포기ㅣ하지 않은 쥐들의 도전, 그 두가지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쥐들이 문명의 세계를 이루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하는 그들의 삶에 감동을 받는다. 인간에게 빌붙어 사는 것이 편한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험에 의해 갖게 된 능력을 발휘해서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고자 하는 그들의 계획은 매우 독립적이다. 또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수많은 회의를 거치며 고민하는 과정들에서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흐른다.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우월감을 가뿐히 뛰어넘어 새로운 문명 세계를 이룩하며 다음을 계획하는 쥐들의 판타지,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강력 추천한다.

facebook twitter hms

전체 0

자동생성방지
자동생성방지를 위해 왼쪽에 보이는 숫자를 입력하세요.

글 읽기
이전 [신간평가단] 따듯한 그림책 『숲속의 작은 집에서』 함께였기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candy718 2021-06-22 00:04:50
다음 [신간평가단] 숲속의 작은 집에서 - es3841 2021-06-22 16:23:29


최근 본 상품 (0)

배송정보
배송조회를 하시려면 송장번호를 클릭하세요
배송조회
상품명
주문번호
택배사
송장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