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겠지. 노벨상을 받고 나면, 정말로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임무가 시작되었다는 걸”
노벨상 수상자들이 또 나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주일째 되던 날, 노벨상 수상자 165명은 <이코노미스트>(2022.3.3)에 우크라이나를 공개 지지하는 서한을 게재하여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고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공개서한은 노벨상 홈페이지에 다시 게재되었는데, 서명자가 추가되어 총 20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엔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을 위한 대화 희망’이라는 개별 서한을 게재한 달라이 라마(1989, 평화상)를 비롯하여 클라우스 폰 클리칭(1985, 물리학상), 존 찰스 폴리니(1986, 화학상), 대니얼 맥패든(2000, 경제학상), 리처드 로버츠(1993, 의학상), 게르트 비니히(1986, 물리학상), 에릭 위샤우스(1995, 의학상), 로베르트 후버(1988, 화학상), 셀던 리 글래소(1979, 물리학상) 등 노벨상 전 분야의 수상자들이 망라되어 있다.
바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하다』가 출간되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 지지’나 ‘세계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요구’와 같은 전 세계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도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이 책에 실린 미하일 고르바초프(1990, 평화상)의 말처럼 “노벨상을 받고 나면, 정말로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임무가 시작되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엄청난 질문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해결사로 나서다!
“하늘은 왜 파란가요?” 여기 질문이 하나 있다. 한 줄도 안 되는 짧은 질문이다. “왜 학교에 다녀야 하나요?” 아주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다. “사랑은 무엇일까요?” 그러나 대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엔 왜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있는 걸까요? 전쟁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이쯤 되면, 이 질문들이 실은 대답하기 까다로운 난제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1218 보물창고> 시리즈로 출간된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하다』엔 이처럼 아이들이 던질 만한 22개의 질문들이 실려 있다. 아이들이 느닷없이 “왜 감자튀김만 먹고 살 순 없는 걸까요?”라고 물으면, 어쩌면 어른들은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듯 무심히 던지는 아이들의 질문은 언제나 위대하고 심오하다. 어른들은 이 엄청난 질문들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가 많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해결사로 나섰다. 달라이 라마, 오에 겐자부로(1994, 문학상), 데스몬드 투투(1984, 평화상), 에르빈 네어(1991, 의학상), 다리오 포(1997, 문학상),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 폴하르트(1995, 의학상)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자연‧과학 등 세상을 관통하는 여러 분야의 본질적인 질문들에 아주 친절한 대답을 내놓는다.
밖으로 향하지만, 또한 내면 깊은 곳을 바라보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특별한 시선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하다』는 호기심이 많아 머릿속에 늘 질문이 가득한 아이들뿐 아니라, 언제든 아이들의 엄청난 질문에 맞닥뜨릴 어른들도 꼭 읽어 두어야 할 책이다.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때면 어른들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방식으로 대답을 회피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늘 대답을 듣고 싶어 하며,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언젠가 더 이상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은 거기에서 그대로 멈추고 말 것이다.
“왜 엄마와 아빠는 일하러 가야 하나요? 세상에는 왜 남자와 여자가 있나요? 왜 어떤 일은 잊어버리고 어떤 일은 기억할까요?” 모두 아이들이 물을 만한 질문들이고, 어른들도 스스로 던져 볼 만한 종류의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 자기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라면, 분명 훌륭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답 속에는 전문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 몇 쪽에 걸친 간단한 설명으로도 우리는 고체 물리학의 원리에 대해 알게 되고, 사랑이 무엇인지 또한 깨달을 수 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노벨상 수상자들의 답변을 곱씹고 공유한다면, “밖으로 향하지만, 또한 내면 깊은 곳을 바라보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특별한 시선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