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처럼 다가오는 동시들, 새로운 시인들의 탄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순환과 더불어,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신호처럼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문득 흩날리는 첫눈처럼 말이다. 설렘을 가득 안고 온 세상을 채우는 하얀 눈송이들처럼 환하고 눈부신 시어들이 한껏 붐비는 동시집이 여기 있다.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4집 『쉬, 비밀이야』가 새로운 시인들의 풋풋한 동시들을 가득 담고 첫눈처럼 우리 앞에 찾아왔다.
게슴츠레 감기던/흰둥이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약속 취소되어 누워 있던/엄마의 목소리가 동동 뜨고//서랍 속에 있던/털장갑이 붕붕 날아오르고 –권명숙, 「함박눈의 힘」 일부
동시 앤솔러지 『쉬, 비밀이야』에는 이처럼 잠자던 사물들을 깨우고, 우리 삶을 들어 올리며 때때로 들썩이게 하는 시 62편이 실려 있다. 이 시들을 쓴 열아홉 시인 모두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신인들이다.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추천작 공모를 통해 동시단에 첫걸음을 내디딘 신인들의 데뷔작들이 한데 모인 것이다.
속리산으로 소풍 온/파도반 꼬마 거북이들/등껍질 나무에 걸어 두고/어디 갔을까? –윤은경, 「표고버섯」 전문
여름내/쨍쨍 볕에서 놀았다고/얼굴에 촘촘히/깨알 스티커가 박혔다//(…)//참 잘했어요/햇볕이 준 선물이다 –이은주, 「주근깨」 일부
물음표가 키가 크게 해 달라고/하느님께 날마다 기도했어요.//친절한 천사가 물음표의 머리를/위로 쭉쭉 잡아당겼어요./키가 하늘까지 쑥쑥 닿으라고//그러다가/물음표가 느낌표로 늘어났어요. –남정림, 「느낌표의 탄생」 일부
새로운 시인을 만나는 일은 설렘과 기대로 가슴이 한껏 부풀게 한다. 새로운 눈으로 발견한 놀라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고, 새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인들은 기성 시인들의 시보다 더욱 신선한 발상과 독특한 어법으로 독자들에게 동시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작은 천 조각 같은 시들이 모여 따뜻한 이불이 된 동시집
다양한 빛깔과 무늬를 지닌 천 조각들을 모아서 만든 ‘패치워크’를 본 적이 있나요? 작은 천 조각조각들이 모여 예쁜 옷이 되고, 맵시 있는 가방이 되고, 화려한 이불이 되기도 하지요. 패치워크는 쓰임새를 따지기에 앞서 아름다움 그 자체로도 보는 이의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때때로 좋은 동시집을 읽다 보면 하나의 패치워크가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지는 느낌이 듭니다. 한 시인이 쓴 것보다 여러 시인이 모여 함께한 동시집은 더 다양한 빛깔과 무늬로 우리 마음에 다가들지요. 여기 ‘푸른 동시놀이터’에 새로 놀러 온 열아홉 시인의 동시 62편을 한데 모아 만든 『쉬, 비밀이야』는 바로 그런 동시집입니다. -「엮은이의 말」 중에서
이 앤솔러지를 엮은 신형건 시인이 밝힌 것처럼 『쉬, 비밀이야』에 실린 시들은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얼핏 쓸모없어 보이던 작은 천 조각들이 모여 크고 화사한 이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자연을 노래한 시,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이야기가 담긴 시, 오래 간직해 온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시, 생활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시… 시인들은 저마다 각각 다르게, 새롭고 개성적인 목소리로 다양한 동시 세계를 한껏 펼쳐 보인다.
동시를 즐기고 싶다면, 모두 모두 <푸른 동시놀이터>로 놀러 오세요!
동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놀러 오기를 바라며 <푸른 동시놀이터>를 연 지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바람대로 <푸른 동시놀이터> 블로그는 동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들르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다(https://blog.naver.com/dongsi-nanum).
그동안 <푸른 동시놀이터>에 놀러온 시인들의 동시를 모아 앤솔러지 『아이티로 간 내 운동화』 『초록 안테나』 『매미가 고장났다고?』를 펴냈고, 이번에 펴낸 『쉬, 비밀이야』는 네 번째이다.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는 단순히 한 권의 동시집 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성 시인들에겐 꾸준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였고, 신인에겐 작품을 처음 내보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독자들에겐 당대의 다채로운 동시 흐름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애를 썼다.
기성 시인이든, 신인이든, 독자든 동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동시에 관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푸른 동시놀이터>를 방문해 보자. 이 소박하고도 정감 있는 놀이터가 동시 읽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찰수록 세상은 더욱 맑고 향기로워질 것이다. 그 시작점이 되어 줄 <푸른 동시놀이터> 앤솔러지 제4집 『쉬, 비밀이야』의 책장을 지금 바로 펼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