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만나는 제주도 이야기의 고전 『까마귀 오 서방』 개정판 출간!
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13편의 이야기를 모은 동화집 『까마귀 오 서방』 개정판이 출간됐다.
이 책을 쓴 동화작가 박재형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제주도 토박이로, 또한 오랫동안 제주도 아이들을 가르쳤던 초등 학교 교사로서의 경험을 하나하나의 작품에 쏟아 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 속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다가오며, 진정성 또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상용 화가는 제주도의 운치를 한껏 살린 그림을 선사하고 있는데, 깊이 있는 색감은 ‘제주’라는 특정한 장소를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을 자극해 향수에 빠지게 하는 은근한 힘을 발휘한다.
‘제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과 어우러진 이야기들을 여러 편의 동화로 묶은 『까마귀 오 서방』은 제주도 이야기의 고전이라 할 만큼 우리에게 시간을 뛰어넘는 감동과 제주의 과거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
제주도는 육지와 고립된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자연 환경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육지와는 많이 다르다. 또한 몽골에 끝까지 항쟁한 삼별초, 일제의 수탈로 촉발된 해녀들의 항일 투쟁, 해방 직후의 4.3항쟁 등 역사적으로도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국민소득의 증대와 더불어 육지와의 교통이 편리해짐에 따라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했다.
『까마귀 오 서방』에는 일제강점기 제주 해녀들의 항쟁 이야기나, 톳밥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의 슬픈 이야기, 관광지 개발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린 가슴 아픈 이야기 등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가난하고 아픈 현실을 꿋꿋이 이겨 내는, 한라산을 닮은 제주도 아이들의 감동적인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는 제주도 사투리가 곳곳에 나온다. 이러한 사투리는 제주도 어린이들의 삶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라산, 오름, 천제연 폭포, 형제섬 등 제주도의 지명들이 작품 속 공간으로 나와 이 동화집의 특성을 잘 살려 주고 있다.
이렇듯 『까마귀 오 서방』에는 제주도라는 공간적, 역사적 배경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제주도라는 특수성은 그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뭍에 사는 우리까지 울고 웃게 만드는 보편적 감성으로 다가온다. 동화 「해맞이」는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널리 읽히며 이 책이 그러한 특수성과 보편성을 겸비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렇기에 『까마귀 오 서방』이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다.
주요 내용
「해맞이」- 샘이는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러 가다 부둣가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샘이는 어부인 아버지의 누추한 모습을 부끄러워한다. 아버지는 샘이에게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라며 돈을 주는데, 친구들은 돈에서 생선 냄새가 난다며 샘이를 놀린다. 샘이가 아빠에게 창피하다고 쏘아붙이자 아빠는 크게 상심을 한다. 그 후 배를 타고 나간 아빠는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다. 샘이는 새벽에 사라봉에 올라 해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길을 나선다. 그러곤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길 애타게 기도한다. 초등 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어린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강씨 아씨」- 학교 일을 돌보는 강씨 아씨는 아이들이 종이 하나만 떨어뜨려도 심하게 나무란다. 제비가 교실 벽에 집을 짓자 아이들은 제비를 보며 마냥 즐거워한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제비 똥이 학교를 더럽힌다며 제비집을 뜯어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강씨 아씨는 제비집을 뜯어 버리면 아이들이 실망할 거라며 그럴 수 없다며 고집스럽게 버틴다.
이 밖에도 「까마귀 오 서방」, 「기복이」, 「할머니 댁」, 「코스모스 꽃다발」, 「삼백 원」, 「어머니 손」, 「잃어버린 마을」, 「피서지에서 온 소포」, 「어미소」, 「실거리꽃」, 「갈옷」 등 제주도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담은 11편의 이야기가 더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