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거듭 책을 펴내는 까닭
농촌을 배경으로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 낸 드라마 <전원 일기>는 23년간 방영된 명실 공히 우리 나라 최장수 드라마이다. <전원 일기>와 닮은 꼴 동화가 있다. 바로 1996년 첫 출간 후 10년 넘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 온 『맨발의 아이들』이다. 『맨발의 아이들』은 ‘현암사’에서 초판이 나온 지 11년만에 ‘푸른책들’로 주소를 옮기고 김재홍 화가의 서정적인 그림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왜 농촌의 이야기인가? 우리 문화는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하며, 인류 문명 또한 농경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면 한 줌의 흙이 된다. 아스팔트 위에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고, 좀더 자라 친구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어른이 되면 차를 몰고 아스팔트 위를 쌩쌩 달리는 도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농촌의 이야기는 단지 추억거리가 아닌 사람들의 가장 진솔하고 순수한 모습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금이 작가의 두 번째 동화집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 책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의미한 까닭이다.
맨발로 흙의 감촉을 느끼듯 읽는 농촌 이야기
요즘 아이들은 「맨발의 아이들」의 민아처럼 대개 농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란다. 민아는 가뭄에는 관심 없고 놀러가는 날 화창하기만을 바란다. 또 모내기가 어떻든 흙탕물에 옷이 더렵혀지고 질은 논흙에 구두가 더러워지는 게 싫을 뿐이다. 민아가 구두를 벗고 맨발로 논흙을 밟았을 때 처음에는 진흙의 감촉이 낯설지만 곧 가붓하고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농촌은 같은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씽씽 달리는 차 안에서 내려야 비로소 들판에 익어가는 곡식 낱알들이 보인다. 옷이 더러워질까 하는 염려를 그쳐야 올챙이나 물방개가 보인다. 우리 아이들에게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들판을 달리고, 맨발로 흙의 감촉을 느끼게 해 주자. 새롭고 희귀한 그 무엇보다 평범하지만 우리 이웃의 삶과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경수의 여름 방학」으로 들려 주자.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함없는 웃음을 보여 주는 「산타로 온 재덕이」를 만나게 해 주자. 「저 분꽃을 보렴」, 캄캄한 땅 속에서 꾼 꿈을 잊지 않고 활짝 꽃을 피우는 분꽃을 보여 주자. 『맨발의 아이들』을 통해 잃어버린 자연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