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 『발차기만 백만 번』 _공통
국내 아동청소년문학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작가들의 대표적인 등용문이 되고 있는 ‘푸른문학상’을 거쳐 세상에 나온 작품들은 참신함과 작품성, 흥미까지 아우르며 완성도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올해 역시 개성 넘치고 진정성 있는 작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뽑혀 그 수상작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다. 이러한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집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바로 김리하 동화집 『발차기만 백만 번』이 그 주인공이다.
아래위층에 사는 두 아이가 밥 친구가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표제작 「발차기만 백만 번」을 비롯해 뚱뚱한 엄마의 좌충우돌 다이어트기를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으로 관찰하는 「자전거를 삼킨 엄마」,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로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가해자에게 당당히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찍히면 안 돼!」까지 총 3편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신선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 단정한 문장, 섬세한 심리 묘사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부려내는 작가의 비범한 재능이 번뜩이는 이 작품들은 ‘명징하고도 입체적인 캐릭터의 힘으로 작품의 신선함과 완성도를 한껏 높였으며, 섬세하게 묘사된 등장인물의 심리가 진솔하고 꾸밈없어 읽는 이의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으며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진중하고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고, 갈등을 겪는 동안에도 답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내부를 응시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의 건강함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한 뼘 더 성장하는 아이들의 당찬 성장기 _공통
표제작 「발차기만 백만 번」의 주인공 신혁이는 죽은 엄마의 빈자리와 바쁜 아빠의 부재를 홀로 견디어내며 배회하는 외로운 아이다. 혼자 밥을 먹을 때면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 속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는 기분을 느낀다. 이불을 둘둘 말고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 신혁이의 외로움을 달래 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아랫집 부부가 내는 소음이다. 하지만 평소 싫어하던 같은 반 친구 윤재가 아랫집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신혁이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불안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윤재가 내는 다정한 웃음소리가 자신의 처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신혁이는 거실 벽에 대고 발차기를 하며 온몸으로 자신의 불행과 맞서 싸운다. 그러나 행복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윤재가 미혼모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후 일어나는 윤재와의 실랑이를 통해 신혁이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윤재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 편부, 편모 슬하의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고통을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보여 주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신혁이와 윤재가 밥 친구가 되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가슴 속 외로움을 채워 주는 모습에서 푸근한 밥 냄새를 닮은 따끈한 감동과 여운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엄마가 경품으로 얻은 자전거를 통해 변화하기 위해 애쓰는 「자전거를 삼킨 엄마」를 통해서는 ‘엄마’라는 존재의 애틋함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넉넉함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같은 반 친구 윤기의 집요한 괴롭힘에 시달리던 영서의 통쾌한 역전극을 다룬 「찍히면 안 돼!」를 통해서는 상대방의 진심을 곡해하고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현하곤 하는 아이들의 서툰 행동을 에둘러 꾸짖음과 동시에 인간적인 배려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게 불의에 맞서는 아이들 내면의 건강함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조차 우리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고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댈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갈등과 맞닥뜨렸을 때 자기 안으로 숨기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멋진 발차기로 그 순간을 이겨 내고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